몰카는 없었지만... 휴지 속, 문고리, 나사 조심해야
몰카는 없었지만... 휴지 속, 문고리, 나사 조심해야
  • 김혜진 기자
  • 승인 2018.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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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기승에 본교 앞 상가·이대역 화장실 동행 취재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최근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 사이트에 ‘이대생 몰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소식과 본교 앞의 한 사진관 직원이 강제추행과 불법촬영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불법으로 촬영된 이른바 ‘몰래카메라’가 걷잡을 수 없이 유포돼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최근 서울시 곳곳에는 파란색 조끼와 모자를 쓴 2인 1조의 여성들이 탐지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다. 

  여성안심보안관은 여성들로 이뤄진 불법촬영 점검단이다. 이들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2인 1조로 전문 탐지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다중이용시설을 위주로 점검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대문경찰서 소속 신소라 경위와 서대문구청 소속 여성안심보안관 김경자 외 1명의 보안관의 점검에 동행했다. 이번 점검은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본교 앞 다중이용시설의 불법촬영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점검 팀은 5월30일 오후1시 경 본교 정문에서 만났다. 여성안심보안관과 신 경위의 리드 아래 본교 앞 ㄱ상가 건물부터 점검을 시작했다.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이 진행 중인 화장실의 입구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이 진행 중인 화장실의 입구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점검의 첫 타자였던 ㄴ음식점부터 점검은 쉽지 않아 보였다. 점검 팀이 협조를 요청하자 관계자는 “우리 가게 화장실에는 그런 거 없다”며 초기 점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발이 목적이 아니라 상가 주인들 또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살펴봐 주는 절차라는 본 점검의 취지를 밝히며 설득하자 점검에 응했다. 

  김 보안관은 “항상 처음에 설득하는 것이 힘들다”며 “하지만 한 번만 잘 설명하면 나중에는 설명할 것 없이 그냥 알아서 점검하고 가라는 건물주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화장실은 남녀 공용화장실이었다. 화장실 안에 여성 칸과 남성 칸이 함께 있었는데, 원칙상 여성안심보안관은 여성칸만 점검할 수 있어 여성 칸만 점검을 진행했다. 김 보안관은 “그래도 남녀공용화장실이니 이용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보안관의 말처럼 점검을 받고 손님들이 화장실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낫다며 바로 점검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상가 주인도 있었다. ㄷ음식점 주인은 “불법촬영이 기승을 부리다 보니 보안관들이 나와 점검을 해주는 게 나도 손님들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 좋다”며 점검에 응했다.

  점검은 본교 앞 상가 건물 2개와 이대역사 내 화장실 총 7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점검을 진행한 상가 건물들의 경우 화장실이 직원 전용이거나 상가를 이용한 고객들만 사용하게끔 제한돼 있어 전반적으로 깔끔한 편이었다. 

  보안관은 “여기는 깨끗해서 다행이지만 아직 위험한 곳도 많다”며 “이대 앞에도 허름한 화장실이 많아 우리도 평소 점검 시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5월30일 불법 촬영 탐지기로 본교 앞 상가 화장실 문고리 나사를 점검하는 서대문구청 소속 여성안심보안관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5월30일 불법 촬영 탐지기로 본교 앞 상가 화장실 문고리 나사를 점검하는 서대문구청 소속 여성안심보안관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점검팀은 이대역사 내 화장실에서 화장지로 막혀있는 구멍이나 문고리 등을 발견했다. 불안한 여성들이 스스로 카메라가 있을 만한 곳을 휴지로 막아 놓은 것이다. 전반적으로 2017년 진행된 개량공사로 구멍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액자를 걸기 위한 나사 구멍이 더러 뚫려 있었다.

  그러나 김 보안관은 이에 대해 “휴지 안에 카메라를 숨기고 이를 위장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 한 번씩 만져보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점검 과정에서 불법촬영 카메라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신 경위와 보안관은 불법촬영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문고리와 휴지 속, 화장실에 더러 걸려있는 액자의 나사 등을 꼽았다. 덧붙여 이들은 “디지털 기술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카메라는 어디든 있을 수 있다”며 화장실 구석구석을 꼭 확인하고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불법촬영이 의심되면 112로 신고하면 된다.

 

서대문구청 김미숙 여성안심보안관과 서대문경찰서 신소라 경위가 이대역사 내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서대문구청 김미숙 여성안심보안관과 서대문경찰서 신소라 경위가 이대역사 내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서대문구청 여성안심보안관과 서대문경찰서에서 사용하는 불법촬영 탐지기는 활성기기 탐지기  ‘ADF-700H’다. 모든 카메라에는 렌즈로 들어온 빛을 분해하기 위해 ‘칩 마운트’라는 칩이 사용된다. 해당 탐지기는 이 칩에서 나오는 특정 신호를 증폭시켜 카메라를 찾아낸다. 탐지기의 불빛이 빨갛게 들어오면 카메라 렌즈가 있다는 뜻이고, 노란색이면 카메라 렌즈가 없다는 뜻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적발된 불법촬영 건수는 연간 약 2000건 이상이며, 2017년 상반기에 발생한 사건은 총 3286건이었다. 그중 2017년도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적발된 건은 33건이며, 그중 검거 건수는 28건이다.

  점검을 마무리하며 김 보안관은 “주기적인 점검이 사람들로 하여금 불법촬영에 대한 경각심이 들게 하는 것 같다”며 “꾸준한 점검과 홍보로 불법촬영이 범죄라는 인식이 퍼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불법촬영 점검 또는 점검 장비 임대를 원하는 시설 및 기관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 이메일(women@seoul.go.kr)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