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건축학적 매력 2008 서울 건축대상 받아 착공 전엔 건설 반대 시위도

2018년 ECC 전경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2018년 ECC 전경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학생들이 24시간 머물고 싶은 공간’

  기획 당시부터 학생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목표로 한 이화의 랜드마크 ECC(Ewha Campus Complex)가 완공 10주년을 맞았다.

  2005년 공사를 시작해 만 3년만인 2008년에 완공된 ECC는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고전과 현대의 조화가 어우러진 건물로 10년 동안 널리 사랑받았다. ECC 완공 10주년을 맞아 본지의 이전 기사를 바탕으로 ECC의 역사와 의의를 살펴봤다.  

 

  △첫 논의는 2002년... 학생들 반발도 있었다

  ECC에 대한 첫 논의는 2002년 8월 처장 회의에서였다. 그간 고질적인 문제였던 캠퍼스 내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 당시는 각 건물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교류가 적었고 학생들의 자치 공간, 연구 기관, 주차 공간 부족 등의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했다. 

  캠퍼스 확충안 논의를 진행하면서 학교 측은 역사적 자산가치를 지닌 이화 캠퍼스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선 지상보다 지하 공간을 개발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본교 건축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간위원회가 국제적으로 설계안을 공모했고, 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 설계자인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캠퍼스 밸리(Campus Valley)’가 당선됐다. 

  모든 이화인이 교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ECC 개발 중 운동장을 폐쇄하게 되면 체대 수업권이 침해되고 또 대규모 공사인 만큼 캠퍼스의 공사현장이 이화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완공 이후 ECC에 들어오게 될 상업시설이 학내 상업화를 촉진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2004년 11월3일 진행된 ‘가을 교정과 함께하는 이화캠퍼스센터 콘서트’에서 ECC 건설 반대 의견을 펼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은 무분별한 상업화, 체대 교육권 침해, 자치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ECC 건설을 반대했다. 

 

  △생태 친화적이고 현대적인 건축물 ECC

  ECC를 설계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2005년 ECC 기공식에서 “이화여대는 허브(중심) 기능을 수행할 장소가 없고 건물 간 연결성이 부족하다. 이에 외부와 조화를 이루고 건물 간 연계성을 살리기 위해 접근성이 뛰어난 건물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ECC는 지하 건물임에도 어둡지 않도록 빛이 많이 들어오게 설계됐다. 양 벽을 유리로 만들어 자연채광을 충분히 받도록 한 것이다. 유리벽은 내부에서 이뤄지는 학생 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기존 건물 간의 폐쇄성도 보완했다.

  건물 외부 최상층에 위치한 정원인 선큰가든은 ECC의 생태학적 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정원은 캠퍼스의 녹지와 어우러져 주요 토종 동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공기 중 오염물질을 흡수한다. 또 외부 소음 제거의 기능과 함께 흘러내리는 물의 흐름을 완화한다. 많은 양의 비나 눈이 왔을 때 선큰가든은 물을 흡수했다가 천천히 배수하도록 돕고 흡수된 물은 청소용수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냉난방 시스템도 친환경적으로 구축됐다. ECC는 건물 전체에 지열과 지하수를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이 마련돼 타 건물보다 관리운영비도 적게 든다. 

  생태적 장점뿐 아니라 건축학적 매력 역시 ECC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요인이다. ECC는 ‘도시와 캠퍼스를 잇고 열린 공간을 조성한다’는 도미니크 페로의 의도에 맞게 구현됐다. 이용자들이 건물보다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ECC를 두고 페로는 “ECC는 단순한 건물이 아닌 광장이자 정원”이라며 “이화여대의 교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생태적이면서도 건축학적으로도 뛰어난 점을 인정받아 ECC는 완공된 해인 2008년에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타기도 했다. ECC는 새로운 캠퍼스 모델을 제시해 서울 건축문화 수준을 높이고 도시 미관을 증진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공사 전 운동장 전경(현 ECC 자리) 출처=이화역사관 제공
공사 전 운동장 전경(현 ECC 자리) 출처=이화역사관 제공
ECC 공사 중 전경 출처=이대학보 DB
ECC 공사 중 전경 출처=이대학보 DB

  △ECC 10주년을 기념한 이화인의 말·말·말

  ECC 10주년을 맞아 이 공간을 사랑하는 이화인들의 말을 들어봤다.

  장윤재 교수(기독교학과)는 “ECC는 기독교적으로 봤을 때 홍해가 갈라지는 이미지를 닮아 ECC 계단을 ‘모세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낸 이화의 역사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ECC는 생태적으로도 뛰어난데, 이화동산 위에 심어진 식물들은 건물을 고려해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 식물들로 구성돼 있어 자연과 건물이 서로 어우러진 캠퍼스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에 이화에 입학한 졸업생 윤미로(독문·09년졸) 씨는 “04학번은 학교 다니는 내내 ECC를 공사해 농담으로 ‘공사 학번’이라고도 불렸다”며 “졸업 후에도 가끔 학교를 찾을 때마다 ECC가 이화여대의 상징 건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ECC가 10년 동안 이화의 교정을 아름답게 지켜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이화인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 이연우(커미·18)씨는 “입학하기 전 사진으로만 보던 ECC 안에서 직접 수업 듣고 생활하니 좋다”며 "ECC의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는 ECC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학생 서승아(건축공·16)씨는 “ECC는 굉장히 현대적인 건축물인 동시에 이화의 역사와 자연,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라며 “이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ECC 덕분에 캠퍼스가 특별한 정체성을 갖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ECC가 오래도록 이화인의 곁에서 오늘이 되고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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