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건축가 등 강연

17일 오후6시 ECC 삼성홀에서 'Topography-A Groundscape Story'를 주제로 강연한 뒤 청중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ECC 설계 건축가.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17일 오후6시 ECC 삼성홀에서 'Topography-A Groundscape Story'를 주제로 강연한 뒤 청중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ECC 설계 건축가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이상적인 여성들의 도시를 세우기 위한 꿈, 이화 캠퍼스는 우리가 ‘꿈꾸는 장소’다.”

  2008년에 설립돼 올해 10주년을 맞은 ECC를 기념하기 위한 강연이 열렸다. 17일 오후4시 ECC 삼성홀에서 열린 행사는 김애령 교수(호크마대), ECC 설계 건축가이자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 교수인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각각 1, 2부를 맡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꿈꾸는 장소: 실천적 행위로 완성되는 이화 공간의 역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간’은 과학적이고 분리된 개념이지만, ‘장소’는 삶과 경험의 터다. ‘장소’는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또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은 그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고 소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CC를 비롯한 이화 캠퍼스는 본교 학생들에게 공간이 아닌 이화의 공동체적 정체성이 담긴 장소다. 

강연에서 김 교수는 크리스틴 드 피장이 쓴 책 <숙녀들의 도시>를 인용해 이화 캠퍼스의 상징적 의미를 설명했다. 캠퍼스의 모습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상적 도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화 캠퍼스는 여성들을 불평등한 공격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그에 저항할 힘과 능력을 키우는 요새”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화 캠퍼스가 완전한 ‘숙녀들의 도시’가 되지는 못했다”고 했다. 공권력, 자본,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같은 외부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의미다. 그는 “그래서 공동체적 정체성을 담는 장소로서의 이화 캠퍼스를 외부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2부의 강연을 맡은 ECC 설계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교수는 ‘지형학-지표면의 풍경 이야기(Topography-A Groundscape Story)’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건물은 공간 활용성이 있어야 한다”며 ECC는 이 공간 활용성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ECC는 외부로 열리도록 설계돼 전철역까지 연결되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 하나의 큰 건물임에도 각 층의 출입구로 외부 출입이 용이하다. 그리고 지하 공간이 존재해 공간 활용성이 더욱 크다. 그는 ECC에 대해 “이화는 지상과 지하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페로 교수는 “건물은 하나의 풍경 조망일 뿐, 역사는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나간다”며 장소를 공유하며 구축되는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건물 그 자체의 가치보다 건물 안에서 구성원들이 건물을 활용함으로써 만들어내는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다. 

  강연에 참여한 신단미(사회·17)씨는 “이화의 건축 공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며 “내가 이화에 다니면서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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