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자리에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 대상 기업이 들어선다.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가 시작된지 1년이 지난 지금, 프로젝트에 참여한 5개의 팀은 가게를 정리했으나 새롭게 자신만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는 이화인의 창업기회확대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작년 3월14일 시작된 산학협력단 주관 프로젝트다. 지역사회와 상생한다는 의미로 건물 소유주, 인근 상인의 지원과 학교의 지원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낮은 임대료, 창업 교육, 홍보 및 컨설팅 비용 등을 보조했다. 6개월의 계약기간이 종료된 작년 8월31일 ‘JE.D’, ‘데이그래피’, ‘위브아워스’ 세 팀이 점포를 정리했고 올해 2월28일, 연장 계약을 했던 ‘아리송’, ‘HAH’, ‘지홍’의 계약이 만료됐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 후속으로는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이 서게 됐다. 52번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업 중 어린이 교육용 키트를 판매했던 ‘아리송’은 이 사업에 선정돼 같은 장소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프로젝트에 선정됐던 6개 팀중 같은 곳에서 매장을 이어가는 팀은 아리송이 유일하다. 아리송의 동업자 정승민(영상디자인 박사과정)씨는 “아리송은 제품을 오프라인 판매 외에도 교육과 전시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운영했기에 이 자리에 계속 있는 것 같다”며 “운 좋게도 같은 자리에서 창업지원을 한다는 사업이 있어 지원했고, 선정돼 올해 말까지 사업을 운영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거절한 위브아워스를 제외한 다섯 개의 팀들은 지난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악세서리 브랜드 HAH 대표 정한나(섬예·14)씨는 “학교 안에서 창업을 경험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혁신적인 일”이라 평가하며 “1년간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인 골목 상권 활성화에 대해선 대립되는 의견을 보였다.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지홍 대표 정지수(패디·11)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도로정비도 잘 되지 않은 어둡고 침침한 곳이었다”며 “프로젝트를 하면서 방범카메라와 가로등이 생겼고 인근에 음식점도 들어온 것으로 봐서 골목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반면, 아리송 대표 한지윤(영상디자인 석사과정)씨는 “만약 골목 상권이 활성화됐다면 사업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사업장을 지키려고 노력했을 것”이라며 “학교 측에서 지원을 많이 해줬지만 5개 팀이 52번가에서 나간 상황에 상권이 활성화됐다 보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52번가 인근 점포 상인들은 유동인구가 프로젝트 실행 전보다는 늘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없었다고 말한다. 52번가에 위치한 옷가게 HERA의 사업주 황정하씨는 “실질적으로 소비하는 고객층이 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요식업만 어느 정도 성장한 것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또한, 쥬얼리 가게 일미오 유수진 사장은 “현재 사업을 유지하는 가게들은 대부분 단골 위주로 장사를 하지만 지금 골목을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음식점 방문을 위한 고객이다”며 “대부분 전시 위주의 상점들이라 실질적인 소비 창출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업주들은 상권을 부활시키기 위한 다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옷가게 STUDIO ANIMUS 사업주 이지현씨는 “상권 부흥은 어느 한 가게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상인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비어있는 점포도 채우고, 영업시간을 함께 연장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상권 부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주관한 산학협력단은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1차 프로젝트의 목적이 학생창업 활성화와 골목 상권의 활성화였던 만큼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각자만의 아이템을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직접적인 성과”라며 “52번가에 비어 있던 매장들이 채워진 것은 해당 프로젝트의 간접적인 성과”라고 덧붙였다. 

  한편, 52번가 자리에서 나온 5개 기업 중 데이그래피, 지홍, HAH 3개 팀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HAH 팀은 온라인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HAH 대표 정씨는 “동업자 모두 졸업을 앞두고 있고 진로를 바꾸기도 해 매장운영이 어려웠지만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선 HAH만의 힘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레이저 커팅 가게 데이그래피는 학교 근처에 사무실을 꾸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을 정도로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데이그래피 대표 박희정(영상·11)씨는 “현재 4월에 근무를 할 사람을 포함해 정직원 6명, 비정규직 2명이 일하고 있으며 월 매출액은 2천만 원~1억 원 정도”라며 “안정적인 월 매출액으로 천천히 회사를 키우고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을 것”이라 말했다. 

  ‘지홍’은 현재 서울시 마포구에 쇼룸을 준비하고 있다. 지홍은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 자격 조건 중 사업자 등록기간이 맞지 않고, 52번가 상점 공간이 더 많은 제품을 전시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지원하지 않았다. 

  지홍 대표 정씨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에 판매되던 가방은 플랫 스퀘어백으로 발전시켜 판매하고 있다”며 “3월에는 디자이너 편집숍 에이랜드에 입점하기도 했고 여러 온라인 편집숍에서 입점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지홍의 입지를 굳히고 더 알리는 게 목표”며 “8일 오픈하는 쇼룸에서 다양한 제품을 보여드릴 것”이라 덧붙였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대해 아쉬운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표들은 창업 지원에 있어 꾸준한 지원, 창업을 경험한 사람의 관리 및 교육, 오프라인에서의 피드백 시간 확대 등을 제안했다. 

  JE.D 대표 노승연(패디·13)씨는 사업주를 고려하는 학교 측의 유연한 관리의 필요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홀로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으로서 재료 구입과 공장 방문을 해야 됐었는데 정해진 시간의 매장관리는 다소 어려웠다”며 “인근 점포와의 운영시간을 고려한 부분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이런 부분을 사업주와 의논해 개선시킨다면 더 나은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를 주관했던 산학협력단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모두가 지켜봐야 할 과제라는 입장이다.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학교와 학생들 모두 이런 프로젝트가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를 거쳐 내실 있게 성장해 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과 지역 활성화라는 두 가지 사안을 1년 안에 해결하기엔 어려우므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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