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성과 계획성이 조화를 이루는 '함박눈의 함성'
▲ 김 작가가 남쪽 지방 여행 중 영감을 받아 그린 '길1'
▲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천국에서 나무가 돼 편안하길 바라는 김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난 '나무사람'
▲ 포근한 아이보리 색감이 잘 드러나는 전시 공간
▲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 동양화 특유의 거친 붓의 움직임이 드러난 '숨결'
▲ 네모난 캔버스에 종이배로 나타낸 삼각형과 원이 공존함으로써 화합의 장을 보여주는 '화합' 

  내면의 빛, 즉 마음의 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작가가 있다. 김정아(동양화·93년졸) 작가가 말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기위해 1일 그를 만났다.

  김 작가는 겉모습에 가려진 내면세계에 집중했다. 전시 주제인 ‘시선의 빛’은 마음의 소리를 의미한다. 김 작가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시선이 아닌 내적인 울림을 시선의 빛이라는 문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시선의 빛은 때로는 밤하늘 별들끼리 소근거리는 것 같은 작은 속삭임일 수도 있고, 때로는 야생동물이 포효하듯 힘찬 외침일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김 작가도 인체의 아름다운 선같은 겉모습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겉모습에 가려진 인간의 영혼을 표현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김 작가는 영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를 수단으로 사용했다. “요즘에는 보이는 것에 대한 재현은 실제보다도 더 훌륭하게 해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겉모습을 넘어 진실된 내면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김 작가가 독자들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나무사람’(2017)이다. 완성하기까지 약 1년의 시간이 걸린 이 작품은 약 50번의 중첩 과정을 거쳤다. “종이배를 하나하나 접어 돌아가신 아버지의 젊으셨을 때 얼굴을 콜라주로 만들었어요. 그 위에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꽃을 그렸다가 꽃을 지우고 그 위에 바다 풍경을 덧그리기도 하고, 또 덮어버리다 보니까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래도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김 작가는 프랑스 유학생활 중 사소한 생각으로부터 콜라주 기법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 “파리는 물가가 비쌌어요. 물건을 사고 나면 받는 포장지나 리본 등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들을 활용해 작업하기 시작했죠. 밋밋한 캔버스에 엠보싱이나 콜라주를 사용하면 작품이 깊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김 작가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그는 자신이 즐겨하는 중첩을 표현하기에는 화선지가 너무 얇다고 생각했다. “동양화에 쓰이는 장지나 화선지는 종이가 얇아 중첩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캔버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죠. 그 당시 프랑스 파리에 가면 창작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환상을 품기도 했어요.”

  풍부한 색채가 사용돼 서양화처럼 보이지만, 김 작가의 작품에서는 동양화의 특징인 붓의 강한 움직임이 드러난다. “동양화의 강한 필력을 좋아했기에 예전부터 서예와 사군자를 즐겨 했어요. 서양화도 필력이 있긴 하지만 동양화만큼 강한 느낌은 없죠. 동양화를 접하며 익힌 선의 느낌과 표현이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고 있고 작업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어요.”

  김 작가는 아직까지도 이화가 자신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동양화과지만 교수님들이 진부한 옛날 것만 가르치지 않고, 학생들이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지도해 주셨어요. 동양화의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무척 좋았죠. 동기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술가는 끊임없이 창작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김 작가에게도 때로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작업실에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보냈어요. 정 작업이 안 되면 집에서 가만히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죠.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쓰기도 했어요.”

  말재주가 없었던 김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면 세계가 그림으로 관람객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제 최종 목표는 미술사에 길이 남을 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림을 통해 사람과, 세상과 소통하고 싶고 작업을 통해서 가장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린 진실된 그림이 여운과 감동을 줬으면 하죠.”

  김 작가는 관람객들이 그의 그림으로 긍정적인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면의 소리를 담은 시선의 빛을 통해 자아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3월은 새로운 시작의 달이니까 관람객 모두 좋은 에너지를 얻었으면 해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