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요즘 젊은이들은 끈기가 없어…"쯧쯧쯧", "본받을 것이 있어야 존경하지!"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청년과 노인 간의 세대 갈등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8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OECD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 조사 대강의 50.1%가 '세대 갈등이 심하다'고 인식했다. 이에 본지는 10월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노인과 청년의 세대 갈등과 나아갈 방향을 책을 통해 탐색해 본다.

△서로 다른 가치관이 갈등을 만들다멀어지는 마음

  김가은(교공·15)씨는 어린이날 기억을 잊지 못한다. 어릴 적 친할머니가 자신은 챙겨주지 않고 큰아버지의 아들, 딸에게만 선물을 줬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같이 살 때를 떠올리면, 밥을 차려주시던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울 때마다 할머니는 밥을 드시지 않고, 대신 밥을 챙기려던 동생에게 쓴소리만 했다”며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부분에도 크게 화를 낼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할머니의 권위적인 모습이나 장남을 더 대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할머니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세대 갈등은 세대 간의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 양상은  「외로운 노인」 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노인과 청년(빅토르)은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으로 계속 갈등한다. 노인은 외딴 섬에서 제한된 몇몇 사람과만 오랜 시간을 살아왔고, 빅토르는 계곡과 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뛰놀며 살아왔다. 떨어져 살던 두 사람은 빅토르가 직업을 얻어 사회로 나가기 전, 큰아버지인 노인이 자신이 사는 곳으로 초대하면서 만나게 된다. 

  둘은 전혀 다른 생각으로 첫 만남부터 대립한다. 빅토르가 고향에서 개 한 마리를 데려오자 노인은 개는 사람을 해한다며 개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 빅토르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며 노인의 집에서 뛰쳐나간다. 갈등은 개를 따로 격리하는 것으로 해결됐지만, 노인은 계속 그가 고수해온 규칙을 지켜주길 바랐다.

“점심은 정확히 두 시다. 네 시계를 이 방의 시계에 맞춰놓고 그 때가 되면 오너라.”
“그전에 저와 이야기하시면 안 되나요?”
“안 된다.”(P104)

  갈등은 점점 심화돼 빅토르는 노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더는 친척이 아니라며 반발하기까지 이른다. 빅토르는 바로 섬을 떠나려 하지만 노인이 고집을 부려 원치 않게 노인 곁에 머물게 된다. 
처음에 둘은 대화조차 없었지만, 노인은 갈등의 시발점이었던 개를 묶어서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며 청년에게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이에 청년도 노인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조금씩 시작된 대화는 두 사람의 벽을 허물고, 빅토르가 떠나는 날이 되자 외로움을 타던 노인은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다. 

  “젊은이와 늙은이가 함께 어울리기는 힘든 법이지. 그래, 그 정도면 아주 착실하다. 또래의 네 아비보다 너는 강단이 있고 정직하구나. (중략)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내게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수확기 들판과 다름없는데.”(P136)

△노인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8만년의 인생

  김해린(인문·15)씨는 할머니를 보면서 오히려 자신이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고 말한다. 그의 할머니는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주변 불우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20년째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바쁘다는 이유로 쉽게 봉사하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남을 위해 봉사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할머니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하고, 본받을 점이 많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로운 노인」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갈등으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그린다면,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은 노인들이 살아온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말해준다. 이 책은 70세 이상의 노인들 약 1000명에게 수많은 사연을 듣고 조언을 정리했다.

  작가는 노인들이 ‘인생의 현자(賢者)’라고 생각한다. 노인들은 오랜 세월 겪은 다양한 경험에서 온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89세인 흑인 마틴 샌더슨은 1940년대 흑인의 입대를 아예 허용하지 않던 공군에 몇 차례 도전 끝에 입대했다. 마틴은 그 시절 군대는 인종차별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을 겪어온 그는 피부색이 어떤 상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열린 마음으로 살게 됐다고 말한다. 

  작가가 만난 노인들은 마틴처럼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결혼, 직업, 가치관 등에 대해 조언을 건넨다. 많은 노인들이 깊이 후회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젊은이에게 조언했다. 노인들은 ‘하지 못한 말’이 있을 때 오랫동안 크게 후회했다고 말했다. 경험을 떠올리며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누구에게든 해야 할 말이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하라"고 힘줘 말했다. 81세의 할 핍스씨는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법을 물었을 때 55년간 함께 한 아내를 떠나보낸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후회돼. 아내에게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지 못한 것이. 그 말을 꼭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지. 아내를 잃기 전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할 말이 있으면 꼭 표현하라고 말하고 싶네. (중략) 돌이켜보면 모든 것을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더라면 우리 삶이 훨씬 더 만족스러웠을 것 같네. 아마 아내도 똑같이 생각했을 거야.”(할 핍스, P155)

△노인도 변하는 새로운 효 문화가 필요하다그들이 아닌 우리

 「노인을 죽여야 노인이 산다」는 세대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젊은이뿐만 아니라 노인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 책의 작가는 방송국의 프로듀서로 34년간 쇼·오락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작가는 노인 프로그램을 다수 만든 경험으로 책을 썼다. 그는 사람들이 노인을 고집불통으로 여기고 젊은이와 노인이 섞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적하며 ‘수평적 효’를 제안한다. 

  그는 효가 아직도 유효한 가치라고 말한다. 2006년 ‘금강산 지게꾼’ 미담이 사회를 흔들었다. 늙은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여행을 다니는 아들의 모습이 사진 기사로 발표됐던 것이다. 이 사연은 중국에도 보도돼 중국교포 사업가가 이 부자를 초대해 본받을만한 인물로 소개하기도 했다. 작가는 금강산 지게꾼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효가 세계를 감동시킬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뀐 시대에 ‘효’의 모습도 ‘회초리’로 상징되는 수직적 효와 ‘재미있는’ 수평적인 효가 마치 씨줄 날줄처럼 섞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효 문화로 탄생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제까지 정답이었던 것이 내일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중략) 이런 현실을 두고 ‘버릇없는 젊은이’ 탓만 해서는 안 된다”(P118)

  작가가 제안한 수평적 효는 무조건 부모님을 공경하고 모시는 기존의 효와 다르다. 작가는 변화된 시기에 맞춘 수평적 효를 위해 노인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노인이 나이가 들었으니 대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줄 때 젊은이도 진심으로 노인을 공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노인이 젊은이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비교적 무겁고 딱딱하게 말하는 노인세대가 젊은이들의 자유롭게 다양한 생각을 말하는 부분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늦기 전에 국가와 사회에서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멋있는 노인되기’를 준비시켜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 311만 명이 ‘준비 안 된 노인’으로 예측되는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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