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 인터뷰

  돈까스 매니아의 돼지 찾아 삼만리. 다큐멘터리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2015) 황윤(영문·95년졸)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한 구절로 이렇게 설명한다. 5월7일 개봉한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돈까스 매니아였던 황 감독이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1인칭 시점에서 돼지의 일생을 추적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룬 영화다. 돼지가 주인공인 영화, 주인공 돼지의 일생을 쫓는 감독. 본지는 5월28일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황 감독은 왜 돼지를 영화 주인공으로 택했을까. 그는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350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도살처분 되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육식의 종말」, 존 라빈스(John Robbins)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등을 읽으며 가축사육과 육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대 사회의 과도한 육식과 대규모 축산업이 생태계는 물론 인간사회 모두를 파괴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구에서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인 아마존 열대우림을 밀어내고 가축 사료용 콩, 옥수수 밭을 만들어내는 거죠. 또 공장식 축산의 밀폐된 환경에서 GMO(유전자 재조합 식품) 사료를 먹고, 가혹한 학대를 받으며 사육되는 동물들은 여러 질병에 걸리고, 이들을 먹는 것은 결국 인간의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관객들이 가축이라는 영화 소재에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바로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다. 황 감독은 영화 곳곳에 공장식 축산 현장은 물론, 돼지의 기본권을 중시하는 생태적 농장에서 어미돼지가 출산하는 과정, 새끼들을 돌보는 모습, 돼지들의 감정까지도 생생하게 담았다. 또, 어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직접 가족과 함께 등장함으로써 관객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고기이기 이전에 희노애락을 느끼는 생명이었던 돼지의 삶과 더불어 그들도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부모와 어린이, 학생들 모두 관객이 될 수 있도록, 설명을 배제하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연출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일까. 작년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서울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 부문에서 대상을 받고, 올해 초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상영됐다. 이를 계기로 올해 5월 공식적으로 극장 개봉이 이뤄졌다.

  그의 영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괄목할만한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 개봉을 계기로, 공장식 축산에 관한 공론화와 입법화가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녹색당’, 동물보호단체 ?카라? 등의 단체는 공장식 축산 금지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했어요. 어미돼지를 평생 몸을 한 바퀴 돌릴 수도 없는 우리에 가두는 ‘스톨’과 암탉이 날개도 못 펴고 알만 낳게 하는 ‘배터리케이지’ 제도를 폐지하자는 의미 있는 운동이죠. 또한, 서울시에서는 관공서 등에 주 1회 채식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육식을 차츰 줄여나가겠다는 다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정말 뿌듯한 변화죠.”

  본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황 감독이 학창시절부터 감독을 꿈꾸는 학생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을 ‘영미문학 읽으며 눈물 흘리는 감성 충만 대학생’이었다고 표현한다. 스킨스쿠버 동아리 활동을 즐기던 활달한 여대생이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졸업 후 일반 직장에 다니면서 재미도 없고, 적성에도 안 맞아 바로 사퇴해버렸죠. 한 번 뿐인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영화제를 돌아다니며 예술영화, 독립영화들을 접했고 이때부터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푹 파져 영화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감독을 꿈꾸는 본교생들에게 ‘발품을 팔라’고 조언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돼요. 각종 영화제에 발품을 팔고 다니며 다양한 영화를 접하세요. 여행과 자원봉사 등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고 인문학 책을 열심히 읽는 것도 중요해요. 약자 중의 약자인 동물들의 현실에 관심 갖고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해 주세요. 동물이 사라지고 고통 받는 땅에선, 인간도 살 수 없어요. 이들을 살리는 것은 지성인의 책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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