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외 안전 전문가 5人

▲ 본지는 3월31일 오전10시 ECC B215호에서 교내·외 안전 전문가 5명이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후 안전의식 변화, 학내 안전 문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 서대문소방서 조원보 홍보교육팀장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교육하는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피하기 위해서다."
▲ 서울과학기술대 이수경 교수 "'안전=시간=돈'이다. 수업 중에 대피훈련을 받는 것을 학생들이 마땅히 감내해야 할 비용이다."
▲ 연세대 문일 교수 "안전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 총무처 총무팀 이제항 대리 "비상 전화번호, 소화기 작동법 그리고 피난로를 파악하는 것이 소방안전에서 가장 중요하다"
▲ 총무처 총무팀 황현주 대리 "안전교육은 주기적으로 자주해야 효과가 있다"

  <편집자주> 열흘 후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다. 본지는 지난 1년간 교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로 교내 비상구 실태, 실험실 안전 등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본지는 교내 안전 전반을 점검 및 고발하는 ‘세월호 1년, 이제는 안전이화’를 4주 연재한다. 마지막인 이번 호에서는 교내·외 안전 전문가 5명과 ▲세월호 참사 후 안전의식 변화 ▲교내 안전문제 개선 방안 ▲안전의식 키우는 방법 ▲안전에 대해 대학이 가져야 할 사회적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3월31일 오전10시 ECC B215호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기=김화영 기자 hyk22@ewhain.net

  사회자(사회·문화부 박진아 부장기자) : 세월호 참사 후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총무처 총무팀 이제항 대리(이하 이 대리) : 교내 비상구 위치, 소화기 정상 작동 여부, 교육 진행 방식 등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가 늘었다.
  총무처 총무팀 황현주 대리(이하 황) : ‘사고가 나한테도 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안전교육을 해보니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서대문소방서 소방행정과 조원보 홍보교육팀장(이하 조) : 안전교육 문의 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났다. 세월호 참사 후 낮에 모든 안전교육을 소화하지 못해 특별반을 편성해 야간에도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확실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의식이 많이 달라지고,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과학기술대 이수경 교수(이하 이 교수) : 안전의식 수준은 올라가고, 안전공학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최근 안전사고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사고 건수가 특별히 더 늘어난 것은 아닌데,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관심도가 세월호 참사 전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 이러한 관심이 금방 식어버릴까 걱정도 된다.
  연세대 문일 교수(이하 문) : 5년 전쯤 연세대 한 건물에 불이 난 적이 있다. 한 교수는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며 불이 났는데도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안전의식이 부족했다. 결국, 내가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하지만 요즘은 안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다들 귀 기울여 듣는다. 안전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기 때문에 관심 두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자 : 곧 세월호 1주기다. 지난 1년간 장성 요양병원 화재,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 등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한 강화도 캠핑장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어떤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 교수 : 항상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혼잡한 지하철에도 대형사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사고에 대비해 관련 법안이 마련돼 있지만, 법적 규제만으론 부족하다. 국민 개개인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을 때 대형 재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문 :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1년에 약 2000명이 사망한다. 하루에 약 5명꼴로 사망하는 셈이다. 과거보다 약 1000명 줄어든 수치지만, 아직도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안전후진국’이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법을 일단 강력하게 바꿔야 한다. 또한, 개인이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가벼운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은 평소에 작은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조 : 안전에 대한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 아무리 안전시설, 제도가 잘 돼 있어도 관심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사고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흔히 안전 불감증이라고 하는데, 안전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생겨난다. 관심만 있다면 작은 사고를 줄일 수 있고, 작은 사고를 줄이게 되면 큰 사고도 줄일 수 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안전의식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 교수 : 작년에 직원 3000명이 근무하는 A회사 건물에서 소방훈련을 한 적이 있다. 훈련시간을 미리 공지하니 사람들이 10분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걸어 내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더라. 그래도 내려오면서 “불났으면 우리 죽었어”라는 말을 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교육 효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는 이런 교육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문 : A회사는 다른 곳보다 소방훈련을 잘하는 편이다. 10분 전에 내려오기라도 하니까. 다른 곳은 신경도 안 쓴다. 틀림없이 CEO가 지시했을 것이다. 이런 훈련을 하려면 CEO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조 : 학업이나 일이 바쁘다고 안전교육을 외면하는 것은 핑계다. 참여하는 학생은 종종 피곤을 느끼는데 피곤함은 곧 불편함이다. 불편함이 싫어 교육을 안 받는 사람들이 많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사회자 : 작년 본교 가상 대피훈련은 학부 수업이 없거나 거의 없는 본관, 종합과학관C동에서 진행됐다. 이에 학부생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 적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업권 보장이 먼저일까, 안전교육이 우선일까
  황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학생들에게 받아보고 싶다. 수업 중에 대피훈련을 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문제 삼지 않을까. 또한,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업이 없는 날 대피훈련을 하면 학생들이 과연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에 올까.
  이 교수 : 수업 중에 대피훈련을 받는 것은 학생들이 감내해야 할 비용이자 불편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시간=돈’이다. 아무런 투자 없이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

  사회자 : 3주 동안 교내 안전문제를 취재했다. 한 전문가는 ‘교육내용이 매번 비슷하더라도, 반복 교육만이 자연스럽게 안전을 몸에 익히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는데, 이에 동의하는가
  조 : 학교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주로 실험실, 동아리방에서 많이 발생한다. 실험실 안전에 대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 내용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 교수 : 교육은 재미없으면 안 되고, 자기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실습교육장을 이용해서 직접 사고 현장을 느껴봐야 한다. 화재 시 연기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등을 직접 느끼는 것만큼 효과적인 교육은 없다. 

  사회자 : 학생시설인 동아리방, 단과대학 과방,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실습실은 안전에 특히 취약하다. 취재해보니 사람은 없는데 전열기가 켜진 과방이 있었고, 토스트기를 사용하는 동아리도 있었다.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학생들의 안전의식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 : 기본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퇴실할 때 전열기를 끄는 것은 기본이다. 독일 사람은 한적한 밤에도 신호를 잘 지키더라. 안전의식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CCTV가 감시하고 있으니까 신호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독일처럼 법으로 규제하면 저절로 안전이 몸에 배게 된다. 법을 지키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이 교수 : 나 역시 기본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퇴실 시 전열기를 끄는 것 외에도 교내 차량 제한속도를 반드시 지키는 것도 기본 중 하나다. 결국, 기본적인 안전교육과 안전의식 수준이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안전문제를 지적하면 고마워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안전의식을 높이는데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적을 안 한다. 오지랖이라고 생각하고, 눈치를 본다. 요새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어서 아무리 위험해도 지적을 안 한다.
  문 : 화학 공장은 안전검사가 철저해서 웬만해선 집보다 안전하다. 작년에 갔던 미국 B회사에서는 뜨거운 커피를 들고 걸어가면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주일간 B회사에 있을 때 매일 호텔에서 회사로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버스 기사가 아침마다 똑같이 안전띠를 매라는 것과 사고 나면 무엇으로 유리창을 깨야 하는지, 그리고 소화기는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주더라. 안전교육은 할수록 달라진다. 몸에 배야 한다. 또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 안식년 기간에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공장 내 차량 제한속도가 29km/h였는데,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사장이 스피드건(speed gun, 자동차의 속도나 투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를 측정하는 기구)으로 모든 차량 속도를 측정하도록 지시하자 사람들이 제한속도를 지키기 시작했다. 사안에 따라 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이 있고, 이처럼 강제성을 부여해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 교수 : 사고 사례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사고 사례를 알리고 공유하면 동종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누가 다쳤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알면 조심할 것이다. 우리는 사고를 너무 숨기는 경향이 있다. 알리기보다 무마시키는 쪽으로 행동한다.
  문 : 이대학보에 건의를 하자면, 사고 사례를 보도하는 코너를 따로 만드는 것도 사고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작은 사고라도 계속해서 언론이 다뤄준다면 학생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조 : 좋은 발상이다. 사고 사례가 누적되면 안전수칙이 보완이 된다. ‘이렇게 하면 사고가 나더라’하는 사례가 늘어나니까. 그렇게 안전사고가 줄어든다.

  사회자 : 조예대 안전문제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황 : 안전교육은 교수가 수업시간에 직접 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그 수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문제는 담당 교수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담당 교수가 위험하단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조예대 교수들이 안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교수 : 조예대 안전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학부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황 : 실무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안전문제를 강화해야 할지 고민이다. 조예대 학생 인원도 많다. 모든 수업에 들어가서 교육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이 교수 : 수시로 동영상을 메일로 교수에게 보내 강의 전에 반드시 듣게 하면 되지 않을까.
  황 : 조예대는 모두 실습장이라 학부생이 모여 동영상을 보기도 쉽지 않다.
  이 교수 : 실습장에 가서 한 번 교육해야 할 것 같다. 밤새도록 작업하니까 많은 문제가 있다. 실습장에서 밥을 먹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황 : 조예대 실습장에는 톱밥, 먼지들이 날리는데 음식을 먹으면 그것들이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유해가스, 유해물질이 공기 중에 공존하는 실험실도 마찬가지다.

  사회자 : 이러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안전교육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 교수 : 조예대 학생들에게 공구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간과할 수 있는 사소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 : 안전의식만 가지고는 안 되고, 안전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가스통은 반드시 고정을 해야 하고, 실외에 둬야 한다. 나는 첫 수업을 할 때 항상 강의실에서 가장 가까운 비상구 위치, 소화기 위치를 알려준다. 그렇게 해야 학생들의 안전의식이 성장한다. 평소에 훈련과 교육을 받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차이가 난다.
  조 : 안전 관련 교과목을 신설하고 안전에 대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군대에서 똑같은 것을 계속 반복해서 훈련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유사시 몸에 익혔던 습관에 따라 신속히 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리 : 비상 전화번호, 소화기 작동법 그리고 피난로 파악. 이렇게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조 : 소화기로 화재진압이 안 되면 옥내 소화전(건물 내부의 복도 또는 실내의 벽면에 설치된 소화전. 상자 속에 호스, 노즐이 함께 들어 있다)을 사용해야 한다. 복도마다 설치된 옥내 소화전을 꺼내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으면 좋겠다. 화재 시 초기대응에 실패하면 대피해야 한다. 따라서 비상 대피로를 항상 숙지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술을 마시더라도 비상구 없는 곳은 안 간다. 비상구가 있다면 열려있는지도 확인하고, 대피 공간이 확보돼 있는지 살핀다.

  사회자 : 안전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전교육은 온라인 교육보다 집합교육이 효과적일 것 같다
  황 : 당연히 집합교육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교육이 길어지거나 내용이 많아지면 오히려 효과가 없다. 제일 좋은 것은 짧게 주기적으로 자주 하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 잘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문 : 소화기 사용 등을 자기가 직접 해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집합시키려면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니까 온라인 교육을 많이 한다. 교육 방법은 많은데, 기관의 사정에 맞춰 해야 한다.

   사회자 : 본지는 교내 건물 25곳의 비상구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일부 비상구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고, 방범을 이유로 자물쇠로 잠겨있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이 대리 :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다. 당연히 치워야 한다. 불이 났을 때 불에 타서 사망하는 것보다 질식사가 많다. 학보에서 보도한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직접 비상구가 막혀있는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건물 행정실 담당자와 이야기해서 조만간 치우도록 하겠다.
  조 : 사고는 나에게 안 일어나면 사고 확률이 0%지만, 내가 사고를 당하는 순간 확률은 100%가 된다. 그러므로 정리하고 치워야 한다.
  문 : 기관장의 의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은 실험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건물을 짓고 실험실 공간을 나눈다. 미국은 이 건물에 들어갈 실험실에 어떤 기자재가 필요하고, 누가 실험실을 사용하고, 위험 구역은 어디인지 등을 건물 짓기 전에 정한다. 아직 안전의식 수준이 갓난아기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많이 바뀌어야 한다.
  조 : 옥상은 방범뿐 아니라 투신을 막기 위해 잠가놓는 경우가 많다. 기술의 문제다. 화재의 경우, 연기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기술이 있다. 잘 찾아보면 방범과 안전, 둘 다 잡을 방법이 분명히 있다.
  문 : 방범과 안전이 서로 상충하는 문제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문이 열리면 비상벨이 자동으로 울리는 장비를 해 놓으면 된다.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회자 : 실험공간과 연구공간이 붙어있는 경우, 시설적인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 힘들다. 대안이 있을까
  문 : 모든 교수가 항상 공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실험실을 자기 개인 소유로 생각하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실험실을 정리해야 한다. 실험 공간의 공유개념이 필요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개념 자체를 바꾸는 것은 힘들어서 5~10년, 많게는 20년까지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이 교수 : 공간을 순환시켜야 한다. ‘내 땅이다. 내 실험실이다’ 하니까 문제가 된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를 예로 들면, 얼마 전 건물을 옮기면서 실험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실험을 많이 하는 교수는 실험 공간으로 연구실을 배치하고 아닌 교수들은 연구공간에 연구실을 배정했다. 교수들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공간 문제는 당사자 간의 합의도 빼놓을 수 없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공간 유료화를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로젝트나 실험을 많이 하는 사람은 돈을 내고 실험실을 사용하고, 끝나면 실험실을 비우는 식이다.

  사회자 : 앞서 논의한 내용은 본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대학사회 전반에 비슷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왜 계속 사고가 반복되나
  문 : 사고 나면 외양간이라도 잘 고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전기선이 낡아서 전기가 누전됐다’고 발표하는 것보다 왜 누전될 때까지 놔뒀고, 선이 낡았는데 왜 안 갈았고, 안전의식이 왜 부족했는지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고원인을 공유하고 그것에 따라 여러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확한 원인분석을 못 하고 있다.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면 누군가가 피해를 보고, 법적인 손해배상 문제까지 걸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에 안전 전문가가 없다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대안이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윗사람들이 안전문제를 개선할 마음이 있느냐다. 시간과 돈이 필요하니까. 경영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윗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그에 걸맞는 전문가를 모셔올 수 있다.

  사회자 : 대학이 안전이라는 주제에서 도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
  조 :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심폐 소생교육이다. 심폐 소생술을 알아두는 것은 한 사람을 살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 가정을 살리는 것이다. 최근에 한 사람이 지하철에서 심장쇼크가 오는 바람에 쓰러졌던 일이 있었다. 일부 승객들이 승강장에 내려 심폐 소생술을 시작했지만 사망 직전까지 갔다.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었는데 소방관들이 자동 제세동기(AED, 심장의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멈추었을 때 사용하는 응급 처치 기기)를 사용해 심폐 소생술을 계속하니 살아났다. 운이 굉장히 좋았던 것도 있지만, 승객들의 심폐 소생술의 효과도 컸다. 이런 일을 계기로 심폐 소생술을 알아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교수 :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보면 3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개선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대학은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과 안전 관련 시설에 투자하는 것 등 안전 사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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