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재가 자라나는 텃밭,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친환경 인재가 자라나는 텃밭,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 윤다솜 기자
  • 승인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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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의 상징인 본관 식물 벽 앞에 있는 지속가능성 전공 학생들
▲ LUC의 친환경 텃밭에서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위)과 토론형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LUC 학생들 출처= LUC 공식 페이스북

<편집자주> 네덜란드의 대학들은 교육 환경, 학문 다양성 추구 등을 통해 친환경 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 중 라이덴 대학(LUC)은 ‘학생 개개인이 모이면 사회가 바뀐다’는 슬로건 하에 전세계적 환경 위기를 해결할 인재 양성에 힘쓰는 그린 캠퍼스 선두주자다.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지난 8월20일~8월28일 그린 캠퍼스 선도 대학이 위치한 네덜란드에서 친환경 캠퍼스의 가치를 취재했다. 본지는 ‘대학, 그린라이트를 켜다’를 3회 연재해 그린 캠퍼스 조성의 의의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사회를 바꾸는 친환경 인재를 키우는 네덜란드 LUC를 조명한다.

  친환경 대나무 벽으로 둘러싸인 강의실 안, 학생 약 20명이 ‘입 구(口)’자 형태의 책상에 둘러 앉아 환경에 대해 토론한다. 학습 공간 설계부터 수업 내용까지 친환경적 요소를 도입한 라이덴 대학 헤이그 분교(Leiden University College the Hague, LUC)의 흔한 강의실 풍경이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수업에는 ‘환경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이 바탕으로 깔려있다. 학생들의 전공 명칭 또한 국내 대학에선 생소한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 전공은 네덜란드 정부와 대학의 합작품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 친환경 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기로 합의하고, 네덜란드 헤이그(Hague)에 지속가능성 전공을 도입한 전교생 600명 규모의 라이덴 대학의 분교 LUC를 설립했다. 환경 지속가능성을 학부 교육 과정에 도입해 학문적 영역에 ‘그린 라이트’를 켠 것이다. 본지는 지난 8월27일 친환경 인재 양성의 중심 네덜란드 LUC를 찾았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친환경 인재 만들어내는 LUC
  LUC는 건물 그 자체로 대학의 모토인 ‘친환경’을 보여준다. 넝쿨 식물로 뒤덮인 본관 내부 벽과 대나무 자재로 만들어진 친환경 라운지(Bamboo Lounge)를 지나면 학생들이 허브 등을 직접 가꾸는 친환경 옥상 텃밭에 도착한다. 건물 지하에는 자전거 400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자전거 보관소가 마련돼 있다.

  LUC의 친환경 모토는 학과 커리큘럼에도 세밀하게 적용된다. 학생들은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인가?’, ‘지속가능성과 자원 관리’, ‘지구, 에너지, 지속가능성’ 등과 같은 전공 기초 과목을 수강한 후 관심 분야 트랙으로 진입해 지속가능성 전공 아래 자신만의 세부 전공을 구체화시킨다. 또한 지속가능성 학과의 커리큘럼은 친환경 교육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4가지 목표 하에 구성된다. ▲포괄교육(Broad Education) ▲학문 간 융합 수업(Interdisciplinarity) ▲학습기술 훈련(Strong emphasis on academic skills) ▲글로벌 시민의식 배양(Global Citizenship)이 그것이다.

  LUC에선 환경이 주된 강의 주제다. 하지만 포괄 교육과 학문 간 융합 수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융합 역시 중시된다. 인문학, 사회과학, 역사학, 예술 등의 학문과 환경 문제가 접목될 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LUC의 교육철학 때문이다. 실제 강의 내용 또한 국제 정치, 경제, 역사 등 환경 이외의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LUC의 씨스 보스커(Thijs Bosker) 교수(환경과학전공)는 “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학생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기초부터 탄탄한 친환경 인재를 키우기 위해 LUC는 토론, 글쓰기, 연구 방법론 등의 학습기술 훈련에도 집중한다. 수업 정원은 최대 20명을 넘지 않으며 모든 수업은 상호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학생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 하에 정치, 경제, 문화 등 세부전공으로 진입해 6개월간의 연구과정을 거쳐 논문을 완성한다. 비판적·논리적 사고 능력을 키워 ‘글로벌 친환경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LUC의 교육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보스커 교수는 “우리 수업의 목표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환경 문제에 대한 학생 스스로의 논리, 주장을 확립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데 있다”고 말했다.
 
△교수 “학생은 사회를 바꾸는 동력”, 학생 “전공 교육에 만족, 진로도 환경과 연관성 높아”
  LUC 교수들은 친환경 인재가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이 교육의 수혜자적 위치를 넘어 현대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또한 교수들은 친환경 인재 육성의 중추 역할을 대학이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울 허드슨(Paul Hudeson)교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한 분야의 교육을 위해 LUC에는 생물학자, 물리학자, 지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근무한다”며 “학생들이 현대 사회의 가장 큰 과제인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사회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LUC 학생들은 일상 속에서 캠퍼스 및 지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데 만족하고 있다. 자선 파티를 통해 모인 기금으로 열대우림 살리기 운동에 힘을 보태거나, 입지 않는 옷을 일상적으로 교환하고, 지역 농부가 생산한 로컬 푸드(Local Food) 구입을 장려한다. LUC 학생 로빈 브룸(Robin Vroom)씨는 “사람들은 ‘기후 변화’등 환경 문제의 큰 그림만을 보려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상 속의 작은일들 또한 환경과 큰 연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진로는 다양했지만 모두 LUC가 강조하는 환경 지속가능성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 환경 정책을 입안하는 정책가, 환경 NGO 단체 활동가, 환경 경영가 등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은 친환경 인재가 대학 캠퍼스로부터 시작됨을 강조했다. “우리는 대학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배워요.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죠.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이 아니라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이곳에서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