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당신 옆의 그 '덕후' 이야기
당신이 몰랐던, 당신 옆의 그 '덕후' 이야기
  • 민소영 기자
  • 승인 2014.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이화여덕대학’. 본교생들이 학교를 지칭하는 말 중 하나다. 그만큼 무언가에 빠져 끊임없이 그 분야를 파는 ‘덕후(일본어 '오타쿠'에서 파생된 말로 한가지 분야에 깊게 몰입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가 본교에 많다는 것이다. 본지는 이 같은 덕질('덕후'가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행위)을 하는 이화인 3명을 만나 그들의 덕질과 이들을 둘러싼 편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덕질이 당당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타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자신에게 씌어지는 것이 불쾌하기 때문에 ‘일반인코스프레(덕질을 하는 덕후가 아닌 일반인척을 하는 것)’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들의 일코를 지키기 위하여 익명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덕후’ 모두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 옆에 앉아있는 한명의 이화인일 뿐이다.


아이돌 덕후 A양

예상치 못한 덕질의 시작

  2010년 1월에 샤이니를 처음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친구 mp3에 있던 ‘떴다 그녀’라는 프로그램 중 우연히 ‘샤이니편’을 보게 되었고 ‘꽂혔다’. 꽂힌 이유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솔직한 모습 때문이다. 함께 팀을 이루는 과정에서 선택받지 못했다며 툴툴거리는 모습에 ‘아이돌이 저렇게 솔직해도 되나?’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 다음날 서점에 갔는데 마침 샤이니가 나온 잡지가 있었다. 잡지에 실린 샤이니의 인터뷰 중 키가 말한 ‘내 꿈은 '최고'보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거다. 그렇다고 최고가 싫다는 얘긴 아니고. 최고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인 사람에게 2등이란, 어찌 보면 실패다. 최고는 언제나 단 한 명이니까’라는 내용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관심을 갖게되었고 그렇게 덕질이 시작됐다.

공연은 모두 챙겨보는 덕후

  덕질 덕분에 뮤지컬을 접했다. 우선 샤이니 키가 나오는 뮤지컬은 대부분 챙겨봤다. ‘캐치미 이프 유캔’ 초연은 회차 18번 중 11번, 재연은 10번 중 7번을 보았고 ‘보니앤클라이드’ 초연은 14번 중 12번, 재연은 14번 중 10번 그리고 가장 최근인 ‘조로’는 10번 중 9번을 볼 예정이다. 또한, 첫 콘서트부터 지금까지 4번의 콘서트는 모두 다녀왔고 큰 행사는 모두 참여했다.

샤이니는 나에게 ‘처음’이다

  샤이니 팬인 덕분에 처음 해본 것이 많다. 덕질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같은 팬이라는 공통점으로 정을 교류한 것이다. 실제로 경상도로 여행을 갔을 때 팬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 회를 사주기도 했다.
 
  여행 전부터 덕질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가 있던 사람인데 기회가 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연을 보러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되기도 했다. 덕질이 아니면 그냥 흘려보냈을 시간을 샤이니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므로 덕질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런 감정적인 교류는 보지 못하고 덕질에 쓴 비용만을 본다. 그렇게 돈을 쓰면 어떻게 하냐는 이야기를 한다.

당신이 갖고있는 아이돌팬에 관한 편견

  사람들은 아이돌팬이라고 하면 굉장히 ‘잉여’로운 사람인 줄 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바쁘게 사는 것이 아이돌팬이다. 학교생활 즉, 일상을 보내면서 알바도 하고 공연도 보러 다니는 등 소화해내야할 스케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팬들이 ‘일방적인’ 관심만을 보낸다고 생각하는데 이 생각이야말로 틀린 생각이다. 가수와 팬은 서로 감정적 교류를 하는 관계다. 멤버가 수술을 했다는 소식에 팬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다함께 있다며 괜찮다는 글을 올려주고, 재계약 사실을 기사보다도 먼저 팬들에게 콘서트장에서 간접적으로 언급해주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진정성이 느껴지게 말하는 그 모습 전체가 팬들은 가수와 소통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들에게 나의 덕질을 알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아이돌팬’이라는 이유로 날 사람 자체로 봐주지 않고 ‘아이돌팬’으로만 나를 평가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돌팬은 나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임에도 나를 ‘아이돌팬’만으로 기억하는 것이 꺼려졌다.

 

외국배우 덕후 B양

영국드라마에서 배우덕질까지

  고3 3월모의고사가 끝나고 친구가 영국 드라마 ‘닥터후’를 보여줬다. 당시 보았던 그 드라마가 인상적이어서 빠지기 시작했고 자연히 주인공 데이비드 테넌트에 주목하게 됐다. 그가 보여준 연기특징이 매력있었기 때문이다.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희극을 했던 배우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한 연기는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매력에 끌려 이 배우가 나온 작품들을 다 챙겨 보았고 그렇게 배우덕후가 되었다.

여행의 테마도 바꾼 나의 덕질

  나의 덕질은 여행의 테마에도 영향을 줬다. 유럽여행 중 영국을 갔을 때 데이비드 테넌트가 촬영한 장소를 다녀왔다. 보통 영국에 여행을 가면 런던, 스코틀랜드 등을 다녀온다. 하지만 나는 ‘닥터후’ 주요 촬영지인 웨일즈에 다녀왔다. 촬영지를 지도에 표시한 어플을 사용해 웨일즈에 있는 촬영지를 다녀왔고 드라마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보니 ‘닥터후’가 대화의 소재가 돼 외국인들과 대화를 많이 나눌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덕질 중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이 배우를 눈으로 직접 본 것이다. 그가 공연 중인 ‘Much ado about nothing’을 보아 배우를 직접 내 눈으로 보았다. 공연을 보고 난 후 설렘이 해소된 후에도 남아있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영국 드라마 관련 용품을 60만원 어치 사오기도 했다. 배우가 나온 잡지, DVD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덕질은 내 사고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과거 아이돌을 좋아했을 때에도 현재도 덕질은 내 사고에 영향을 준다. 우선 덕질을 통해 내가 뭔가 하나에 열정적일 수 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 아이돌 덕질할 때 팬픽을 읽고 쓰곤 했다. 이를 통해 동성애에 대한 묘한 거부감과 호기심에서 시작해 ‘동성 간의 사랑도 사랑일까?’라는 동성애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생각이 확장이 되었고 최종적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배우를 좋아하면서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개방적인 사고를 접할 수 있었다. 배우를 덕질하면 자연스레 그 나라 문화를 알게 되고 미혼모, 성소수자에 관해 그 나라에서 어떻게생각하는지 등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를 접한 후 스스로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린 배우가 게이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그나마 편견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배우를 좋아한다고 하면 배우에 호감을 갖고있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성소수자 외국배우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은 아니냐는 반응이 있다. 한 드라마를 파다보면 현재 덕질을 하는 배우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른 배우들에게도 호감이 가곤 한다. 알아보면 외국 배우 중 성소수자임을 밝힌 배우가 많기도 하다. 하지만 배우 그 자체를 좋아했는데 그 배우가 성소수자였던 것이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이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게이친구’를 갖고싶어하는 여성의 심리가 투영된 것 아니냐고 지레짐작하기도 한다. 판타지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시각인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 C양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던 나의 입덕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원피스’며 좋아하는 성우는 ‘카미야 히로시’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나라에 일본만화가 수입이 되기 시작했다. 원피스, 블리치, 나루토와 같은 것들이다. 이렇게 수입이 된 만화들을 한국어버전과 일본어버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성우가 다르다보니 두 영상 속 등장인물의 목소리는 달라 둘을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좋은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 속에서 목소리가 좋은 성우를 기억해뒀다가 그 사람의 출연작을 찾아본다. 그렇게 덕질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천천히 몰아보기

  분기마다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실시간으로 챙겨보진 않는다. 실시간으로 볼 경우 그 다음이 궁금해서 기다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몰아보는 형식을 선호한다.

 ‘원피스’, ‘블리치’ 등을 비롯해 최근의 ‘쿠로코의 농구’, ‘Free!’ 등까지 보고 있다. 몰아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원피스’는 최근에도 실시간으로 챙겨보고 있다.

  다양한 애니메이션 중에서 원피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1세대와 2세대의 특징을 모두 갖고있기 때문이다. 1세대 애니메이션은 에반게리온, 건담처럼 작가가 설정한 애니메이션 배경인 세계관 중심인 편이다. 반면 2세대는 주인공이 집단이 되면서 캐릭터성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원피스는 세계관과 주인공을 함께 끌어가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좋아한다.

내게 버팀목이자 긍정적 영향을 준 덕질

  사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아이돌, 판타지 소설 등 다양하게 좋아한다. 이를 종합한 덕질은 내게 버팀목이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취업준비를 하며 서류에서 떨어졌을 때,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만 나의 덕질을 바라보며 버티곤 한다. 내가 삶을 포기하기에는 원피스의 결말도 봐야하고, 이 세상에 목소리가 좋은 성우와 아이돌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한 분야를 파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집중력은 덕질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레포트가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질문을 던지는 사고방식은 레포트의 주제를 잡을 때 도움이 된다.

당신이 갖고 있는 편견은 전제가 잘못된 것

  덕질을 저급하게 바라보는 시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야말로 덕질에 대한 편견이다. 사람들이 빵을 좋아해서 빵집을 투어하고, 화장품을 수집하고, 브랜드별 치킨이 어떻게 다른지 탐닉하는 등의 행동은 대다수가 많이 하기 때문에 용인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과 덕질은 대상에 대한 순수한 감탄으로 시작한다는 것에서 본질이 똑같다. 하나는 대다수가 하고 있기 때문에 취미로 용인이 되고 아이돌, 애니메이션과 같은 것은 대다수가 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취미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않는다면 세상이 말하는 보통이 아닌 일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