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한 전청림씨 인터뷰

▲ 제9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자 전청림씨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ian.net

 

 우리는 왜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한테 매달릴까. 이처럼 사랑의 원론적인 의미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답을 제시하는 소설이 탄생했다. 제9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자 전청림(도예‧10)씨의 장편소설 「그와 그녀의 시나리오」다.

 작품 「그와 그녀의 시나리오」는 한 여성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에 철학을 더해 사랑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전 씨는 여자주인공(소현)이 오랜 해외유학 생활을 하고 돌아온 남자친구(채드)를 만나 사랑하면서 서로 마음이 엇나가 싸우기도 하고, 그 마음을 바로 잡지 못해 이별하지만 결국엔 다시 사랑을 이어가는 연애의 전 과정을 작품 속에 담았다.
 
 이 작품의 특징은 사랑에 대한 개인의 심리가 철학적 개념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전 씨는 소현이 채드에게 매달리고 사랑받고자 하는 심리를 묘사하고 철학자의 말을 인용해 이를 설명했다. 소현은 채드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가 변하기를 바란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채드가 몰라 줄 때면, “좀 져줄 수는 없는 거야?”라며 그를 나무란다. 전 씨는 이런 상황에 프랑스 철학자 임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vinas)의 ‘절대적 타자성(타자는 자아에 대해 종속될 수도, 파악될 수도 없다)’의 개념을 도입했다. ‘절대적 타자는 무규정의 상태다’는 문구를 통해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는 소현이 채드 본연의 모습을 인정해야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철학에 대한 독자의 고정관념을 깨려는 전 씨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이 철학은 마냥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늘 아쉬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늘 하는 고민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에요.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철학에 바탕을 둔 제 소설이 세상에 나오게 된 거죠. 사랑이라는 소재를 고른 이유도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이에요.”

 전 씨는 연애하면서 느꼈던 불안감과 궁금증을 한데 모아 작품 「그와 그녀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모순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늘 의문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는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하는 것이죠. 그런데 상대방 마음이 언제나 나와 같을 순 없어요. 이런 생각을 반복할수록 사람은 점점 고독해지죠. 이런 역설적인 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소현은 전 씨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녹여 완성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전 씨는 소현의 성격이나 행동이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고 말했다.
 “소현의 모습은 저 자신일 수도 있고, 독자일 수도 있어요. 사람은 개인의 고유한 특징을 지니면서 동시에 공통적인 특성도 띠기 때문이에요. 변덕스러운 소현의 사랑에 독자들이 공감하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길 바라요.”

 「그와 그녀의 시나리오」는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던 전 씨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 줬다. 첫 작품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만큼, 전 씨는 앞으로의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하나의 지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작품을 완성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됐죠. 가능하면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어요. 어디서 영감을 받든,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할 거예요. 어떤 것은 할 수 있고, 어떤 것은 할 수 없다며 제 가능성에 선을 긋고 싶지 않아요.”

박진아 기자 jina3232@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