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시도가 졸업의 추억으로, 이게 바로 무용지용(無用之用)이죠.”
“우연한 시도가 졸업의 추억으로, 이게 바로 무용지용(無用之用)이죠.”
  • 민소영 기자
  • 승인 2014.0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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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 머리띠 만든 본교생 모임 ‘무용지용’의 강민혜씨, 하누리씨 인터뷰
▲ 학사모 머리띠를 제작한 '무용지물'의 강민혜씨(왼쪽), 하누리씨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응답하라 졸업화연(이화인을 뜻하는 애칭), 학사모 머리띠 is coming!’

  작년 12월25일 본교 온라인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에서 조회수 약 1400건을 기록하며 화제가 된 게시물이다. 201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 처음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학사모 머리띠가 올해 학위수여식에 맞춰 돌아온 것이다. 학사모 머리띠는 기존 학사모 10분의 1크기의 학사모에 ‘EWHA’ 글자가 큐빅으로 박혀있는 머리띠다. 200개 한정 수량이 90분 만에 팔린 이 머리띠는 본교 졸업생으로 이뤄진 모임 ‘무용지용’의 작품이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을 추구하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은 강민혜(국문·10년 졸)씨, 김수연(국제·10년 졸)씨, 이은규(방송영상·10년 졸)씨, 이현영(영문·10년 졸)씨, 조수연(행정·09년 졸)씨, 하누리(경영·10년 졸)씨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2010년 본교 언론고시실에서 함께 언론사 입사 시험 준비를 하다가 관심사와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의 이름 ‘무용지용’은 함께 읽었던 「장자」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이들은 함께 모여 글을 쓰거나 공모전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모임 구성원 중 강민혜씨, 하누리씨를 18일 본교 앞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학사모 머리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2012년 크리스마스 모임 때 조씨가 가져온 초콜릿 트리가 직접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우리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에 동의한 것이다.

  “처음에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 고민했어요. 마침 졸업식을 앞두고 있었고 우리는 졸업식 때 ‘무언가 팔자’고 입을 모았죠. 재밌고 쓸모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 학사모를 쓰면서 머리가 망가지는 등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쓰기 쉽게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그렇게 의견을 나누다가 학사모가 붙은 머리띠를 만들면 유용하겠다고 생각했죠.”(강민혜)

  하지만 무엇인가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 처음인 이들에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어디서 어떤 재료를 사야 하는지부터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까지. 한마디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재료를 사러 간 동대문시장이 익숙지 않아서 길을 잃기도 했어요. ‘여기 재료 괜찮다. 다시와야지.’라고 생각하고 못 찾은 경우도 많았어요. 재료를 어떤 것을 사야할지도 몰라서 학사모 머리띠에 적합한 재료를 찾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죠.”(하누리)
  “판매는 학교 다닐 때 지나다니며 좌판을 본 기억이 었어 ‘자리를 맡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상인들 대부분이 전날부터 테이프를 자리를 맡으시더라고요. 그 사실을 몰랐던 저희는 졸업식 당일 오전6시에 도착해서 자리가 없어서 당황했어요. 판매를 못 할 뻔했지만 다행히 주변의 배려로 자리를 잡아 판매할 수 있었죠.”(강민혜)

  학사모 머리띠는 재료 선정부터 완성까지 무용지용 6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천, 머리띠, 진주구슬, 술 등 재료를 직접 구해 천을 재단한 뒤 바느질, 다림질 그리고 포장을 거쳐 완성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종종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에는 접착력이 매우 강한 접착제를 구해 사용했어요. 그런데 접착력이 과도하게 강해서 조립하던 중 검지와 엄지가 자주 붙곤 했죠. 그럴 때마다 다들 ‘어떡해!’하며 손가락이 떨어질 때까지 손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있었어요.”(강민혜)

  주변에선 왜 전공이나 취업과는 거리가 먼 일을 계속 하느냐는 질타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당장의 쓸모보다는 학사모 머리띠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얻는 즐거움에 집중했다.

  “무언가를 손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색다른 재미가 돼요. 누군가 보기에 쓸모없는 활동이지만 저희에게는 그 과정에서 얻는 만족이 있죠. 일종의 무용지용이에요.”(하누리)

  이러한 과정 끝에 만든 학사모 머리띠는 이화인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준비한 머리띠가 모두 팔리자 학생들은 이들이 샘플로 착용하고 있던 머리띠까지 구매했다.

  “많은 분이 ‘아이디어가 좋다’, ‘디자인이 예쁘다’,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등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사진을 찍어 올려주시는 분도 있었죠.”(강민혜)
  “좋은 반응에 힘입어 작년 판매 후에 디자인 특허도 냈어요. 저희 6명 이름이 출원인으로 다 올라가 있죠.”(하누리)

  방송사 PD라는 같은 직업을 꿈꾸던 6명은 현재 문화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일하는 분야는 달라도 이들은 여전히 ‘무용지용’을 지향한다. 이들에게 앞으로 모임의 계획을 묻자 역시 무용지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저희가 하고 싶은 어떤 것이 곧 쓸모있는 일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계속 시도할 거에요.”(하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