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영 기자의 이화교직원열전<10> 교목실 이한나 과장

▲ 교목실 이한나 과장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저…. 불교 신자가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불교 신자지만 밖에 나가서 이화의 채플을 자랑한다’는 한 학생의 고백이다. 교목실 이한나 과장은 최근 졸업 채플에서 진행한 ‘이화에 남기고 싶은 말 적기’ 행사에서 뽑은 이 쪽지를 보고 감동했다. 본교 교목실 행정의 총 책임자로서 채플 수강생 약 1만7000명의 출결관리부터 채플 운영 모두를 관할하는 그로서는 채플의 의미를 알아주는 학생이 고맙기 때문이다. 채플에 대한 재학생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그를 11월28일 대강당에서 만났다.

  이 과장은 2005년 교목실에 온 뒤로, 채플이 있는 주간에는 단 한 번도 휴가를 내본 적 없다. 채플 30분을 위해 그의 모든 일과시간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강 전에는 교목들과 함께 약 10주간의 채플을 기획하고, 개강 후에는 주 단위로 계획을 세워 평가한다.

  “이 커다란 대강당에 모이는 학생 약 2500명에게 채플은 유익한 시간이 돼야 해요. 학생에게 보여줄 사진 한 장을 고를 때조차도 고심하죠. 또, 강사 한 명을 섭외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학생에게 가장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고르고 또 골라요.”

  가능한 매일, 매시간 채플에 참석하는 이 과장에게는 같은 채플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똑같은 내용의 채플도 듣는 학생이 바뀌기 때문에 다르게 느껴진다.

  “박수가 많이 나오는 요일이 있는 반면, 학생들이 유독 경청하지 않는 요일도 있어요. 월요일 오전 첫 채플에는 다들 잠이 덜 깨인 상태죠. 무대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면 청중의 분위기가 달라서 각각 색깔이 있는 채플로 보여요.”

  이 과장의 업무는 단순히 채플을 기획하고 참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채플의 주제가 정해지면 무대 디자인, 음향, 조명은 물론 무대에 오르는 사람의 동선까지 구상한다. 이 과장은 가끔 자신이 기획사 직원이 된 기분을 느낀다.

  “조명은 이 지점에 비추고 천막은 저 벽에 걸치고……. 이제는 채플 주제를 들으면 바로 머릿속에 무대가 그려질 정도예요. 목사님들이 저보고 공연예술대학원에서 무대전공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하시기도 했죠.”

  채플이 시작되기 전, 대강당 1층 교목실은 가내수공업장을 방불케 한다. 채플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대를 꾸미는 소품 대부분은 이 과장과 교목실 조교, 인턴이 직접 만든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이번 주 채플 무대는 남대문 시장에서 초 수백 개를 사와 꾸몄어요. 직접 그 초들을 하나하나 깎았죠. 지난 학기에 진행한 ‘나친(나무 친구) 만들기’ 이벤트 때는 손수 색지에 새를 그려 2000장이 넘는 나친 메모지를 오렸어요. 쓸고 닦고 치우고 나르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워요.”

  이 과장은 학생이 채플을 ‘한숨 돌리는’ 시간이라 여기길 바란다. 그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업과 진로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30분씩 모든 짐을 잠깐 내려놓았으면 한다.

  “채플 시간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도 다들 채플을 듣고 있다는 걸 알아요. 졸업 채플에서 ‘이화가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죠.”

  처음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못 할 것 같다’며 쭈뼛거리던 이 과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약 두 시간의 만남 이후에도 못다 한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주겠다며 인터뷰에 적극적이었던 그는 그렇게 교직원열(10)전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학보에 오탈자 제보도 많이 했던 열독자였는데 직접 학보에 나가게 되니 기쁩니다. 채플은 알아도 교목실은 잘 모르는 학생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교목실의 업무도 알려 뿌듯하고요. 교직원열(10)전 시리즈는 끝났지만 우리 학생들이 이화 안에는 알게 모르게 뒤에서 항상 여러분을 지원하는 교직원이 있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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