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체향수 벗’이라고 불리는 강민주씨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빳빳한 청남방보다 파스텔톤 남방을 입은 남자에게서 날 듯한 향! 향에 관한 표현을 가득 적어놓은 수첩, 향수 제조 방법을 풀어놓은 화학식으로 빽빽이 채워진 화이트보드. 공방은 향기로 가득했다. 향긋한 내음이 번지는 이 공방의 주인은 바로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체향수벗’이라 불리는 강민주(화학·08)씨다.

  자취방에서 취미로 고체향수를 만들던 그는 9월 브랜드 ‘아로마프로젝트’를 런칭해 어엿한 사장이 됐다. 이달 신제품 오일 타입의 향수 ‘롤온(roll-on) 향수’를 출시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체향수벗’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순히 향이 좋아서 고체향수를 만들었지만 강씨는 정작 자신이 향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대학 재학 중 좋아서 한 일이 모두 향을 다루는 일이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대학 다닐 때 학원을 다니며 와인, 전통주, 커피 제조를 공부했어요. 모두 향이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었죠. 효모의 특이한 향을 알고 싶어 베이킹을 배우기도 했어요.”  그는 우연한 기회에 취미로 만들던 고체향수를 판매했다. 취직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한 화장품 회사 회장이 손수레를 끌며 비누를 판매하기 시작해 지금의 대기업을 일궈냈다는 기사를 접했다. 강씨는 이 기사를 보고 자극을 받아 천연비누와 고체향수를 만들어 2011년부터 생활협동조합(생협) 오동동 장터와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다. 오동동 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판매대가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천연재료와 독특한 향,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체향수는 삽시간에 입소문이 났다. 그러나 강씨는 오히려 판매에 회의를 느꼈다. 이에 강씨는 카페 ‘가마빈’에 숍인숍(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형태)을 차려 직접 판매하는 일을 잠시 쉬었다.

  “고체향수를 사러 오는 분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좋았어요. 하지만 일에 치여 어느새 기계적으로 손님을 대하게 됐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어요. 평소 알고 지내던 가마빈 사장님께서 제 사정을 아시고 카페에서 고체향수를 팔게 해주셨어요. 덕분에 재충전할 수 있었죠.”

  재충전을 끝낸 이후 강씨는 가마빈의 매장을 철수하고 그 앞에 작은 공방을 차렸다. 그의 공방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강씨는 자신의 공방에 들르는 손님과 향에 관해 얘기하고 때때로 손님의 상태에 맞는 향을 맡도록 하는 아로마 테라피를 해주기도 한다.

  “손님과 대화하면 제가 만든 향을 어떻게 설명할지, 어떤 새로운 향을 만들지에 관한 아이디어가 샘솟아요. 제 창업의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조만간 손님들과 향을 블렌딩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수업도 만들 계획이에요.”

  그는 공방과 더불어 회기와 충정로에 있는 카페 ‘커피니’의 숍인숍에서 고체향수를 팔고 있다. 우연히 고체향수를 선물 받은 커피니 점장이 강씨에게 납품을 제안했다. 강씨는 본교 생협 매장에도 고체향수와 립밤을 납품하며, 9월 온라인 쇼핑몰을 개장하기도 했다. 그는 사업이 확장될수록 신경 쓸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동문은 제가 이화인이라는 이유로 너그럽게 봐주실 수 있지만, 절 아예 모르는 손님은 이 조그만 향수 하나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거잖아요. 제품 디자인, 마케팅, 판매가격 산정 등 공부할 것이 산더미에요.”

  전략적인 사업 구상보다는 손님과의 교류, 향에 대한 사랑을 우선시하는 고체향수 벗. 강씨의 꿈은 ‘향 공부’다. 그는 사업이 자리 잡으면 이를 전문 경영인에 넘겨주고 자신은 ‘아로마 기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커피가 나는 지역을 표시한 커피 벨트처럼 ‘아로마 벨트’라는 게 있어요. 인도와 호주에 향으로 유명한 곳이 있는데 꼭 그곳에 가서 직접 향을 맡아보고 공부하고 싶어요. 언젠간 제 꿈이 꼭 이뤄지길 바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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