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권하는 사회에서 외치는 솔로가 ‘홀로’ 서는 법


  ‘싱글리즘을 파.괘하라’, ‘The reader, 책 읽어주는 남자? 됐고 홀로는 직접 읽는다ㅇㅇ’, ‘모태솔로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찰’

  3권까지 발간 된 계간 <홀로>에 실린 글의 제목이다.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용어 ‘파.괘’, ‘ㅇㅇ’ 등을 사용해 톡톡 튄다. <홀로>는 본교 대학원생 이진송(국어국문학 전공 석사 과정)씨가 연인이 없는 ‘홀로’들과 함께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이야기하며 발행한 60쪽 분량의 잡지다. 20일 본교 근처 카페에서 <홀로>의 편집장 이진송씨를 만났다.

  이씨는 모두에게 필수인 것처럼 권해지는 연애를 음식의 기호와 같은 ‘취향’, ‘개인의 선택’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봤다. 학부시절 고군분투하며 겪었던 미팅과 소개팅도 이후에 생각해보니 ‘신입생인데 연애해봐야지’라는 암묵적인 떠밀림 때문이었다. 절대적으로 여겨지는 연애에 관해 ‘노력도 하지 않는 여자’가 되지 않으려 짜여진 연극 속 배우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누군가 연애를 하냐고 묻는 질문에 ‘안한다’고 대답하면 ‘왜?’, ‘뭐가 부족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연애는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인데 연애를 안 하는 사람은 하자가 있다고 귀결되고, 연애를 하는 사람을 더 우월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불편했어요.”

  그렇게 쌓인 ‘불편함’은 이씨가 잡지를 만든 계기가 됐다. <홀로>는 ‘자기 혼자서만’이라는 순 우리말 부사다. 연인이 없는 사람을 칭할 때 주로 쓰이는 ‘솔로’의 순 우리말을 찾던 이씨는 ‘홀로’를 잡지 제목으로 낙찰했다. ‘대놓고 허술함’의 컨셉트을 지향하는 <홀로>는 이씨와 주변 지인의 글, 기고 등으로 채워졌다. 제작비는 일부 이씨의 사비로 충당했다. 모자란 부분은 프로젝트를 공개해 대중의 후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의 후원을 받았다.

  <홀로>는 ‘연애하지 않는 자유’에 관한 다채로운 내용으로 구성됐다. ‘장희빈 묘에 조공을 바치고 학춤을 추면 애인이 생긴다’는 속설을 증명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에피소드를 담는가 하면 이광수의 단편 <윤광호>에 등장하는 윤광호가 ‘황금, 용모’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P에게 거부당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이씨는 ‘동경 K대학 경제학과 이년급 학생으로 소문이 자자한 특대생 윤광호조차 사랑할 자격이 없다는 더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홀로인 것이 뭐가 이상하니. 하하하’라며 ‘황금, 용모’등이 연애의 조건이 되는 당시의 현실과 지금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화두를 던진다. 

▲ 계간 <홀로> 편집장 이진송씨가 '장희빈 묘 앞에서 조공을 바치고 춤을 추면 애인이 생긴다'는 속설을 증명하기 위해 올해 3월 장희빈 묘 앞에서 학춤을 추고 있다. 제공=이진송씨

  홀로가 아닌 연애를 해도 잡지를 만들 것이냐는 질문에 이 씨의 대답은 ‘YES’였다. 그는 연애를 하더라도 ‘연애하지 않음’에 관한 잡지를 못 만들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남성 잡지 편집장이 남성이 아닐 수 있고, 웨딩잡지 편집장이 미혼일 수 있듯 우리 잡지도 그래요. 다만 ‘편집장의 일기’는 못쓰겠죠. 우리 잡지 필진은 다 홀로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으니까요.”

  이씨는 홀로들이 좀 더 건강한 홀로를 즐기길 바란다. 사람들이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심드렁하게 ‘안 하고 싶으니까’라고 당당하게 답하라는 것이다.

  “저도 연애시장에서는 인기 있는 편이 아니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대신 노년층에 인기가 많아 목욕탕 가면 할머니들이 며느리 삼으려고 할 정도니까요. 연애 잘하는 누군가는 노년층에 인기 없을 수도 있잖아요? 연애를 안 한다는 건 그저 내 여러 모습 중 하나일 뿐이에요.”

  이씨가 발행하는 <홀로>는 본교 학생문화관 신한은행 쪽 1층 입구, 중앙도서관 1층 입구와 신촌 ‘문지문화원 사이’, ‘카페바인’ 등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발행 일정은 <홀로> 트위터(twitter.com/quarterlyalone)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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