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영 기자의 이화교직원열전 <8> 시설팀 김운정 대리

▲ 재무처 시설팀 김운정 대리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ECC 1번 게이트 깊숙이 들어가 대학원별관을 바라본 적 있나요? 유리 외벽을 통해 보이는 옛 건물이 꼭 그림같이 예쁘죠.”

  재무처 시설팀 김운정 대리는 ECC(Ewha Campus Complex)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ECC 건축 당시 공사현장 2만 평을 발로 뛰어다닌 장본인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ECC 설계 초기 단계인 2004년 본교 재무처 시설팀에 입사해 2008년 준공까지 ECC 도면 검토, 업체 관리 등 전반적인 공사 진행을 도왔다. 12일 본관 재무처 시설팀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김 대리는 업무시간 대부분을 사무실 밖에서 보내는 ‘현장파’ 직원이다. 교내 건물 약 30개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기 때문에 시설물을 점검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작게는 ‘못질을 해달라’는 민원 처리부터 건물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까지 교내 시설 곳곳을 관리해요. 얼마 전에는 ECC 지하1층 기도실과 지하4층 기부자 명예의 전당을 꾸미고 법학관 로비를 새롭게 바꿨죠.”

  교내 신축 건물 공사와 같은 큰 사업도 김 대리의 손을 거쳤다. 그는 ECC를 비롯해 이화역사관과 종합과학관 현대자동차동(현차동) 건설 과정에 참여했다. 각 건물에 얽힌 그의 기억도 다양했다.

  “이화역사관 대청마루 위에 있는 보에는 제 이름 석자가 들어가 있어요. 당시 공사에 참여한 주요 인물의 이름을 쓴 종이를 대들보 속에 넣었죠. 종합과학관 A, B동 사이에 지은 현차동은 양 옆으로 먼지가 많이 날려 민원이 많았던 기억이 나요.”

   김 대리는 2010년 ECC를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ECC에서 1주일 동안 머문 프랑스 촬영진을 따라다니다 우연히 엑스트라가 된 것이다.

  “페로가 설계한 건물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였는데 ECC가 주인공이었어요. 저는 ECC 내부 복도를 걷는 ‘얼굴 없는 그림자’ 역할이었어요. ECC를 촬영하면서 태양이 ECC 밸리를 따라 뜨고 지는 모습 등 ECC 곳곳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죠.”

  김 대리는 신축공사, 리모델링 등 수많은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하며 줄곧 추억에 잠긴다. 본교 건축학과 97학번인 그는 학교 곳곳을 바꾸는 일을 할 때마다 4년간의 대학 시절이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2009년 이화·포스코관에서 아산공학관 방향으로 올라가는 은행나무길 인도 공사를 제가 맡았어요. 그 길은 친구들과 맨 맨바닥에 앉아 은행잎을 뿌리며 사진을 자주 찍던 곳이죠. 지금 종합과학관 현차동 자리는 김밥을 먹고 숙제를 하던 잔디 언덕이었기에 그곳 땅을 팔 때 괜한 서운함도 들었어요.”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건물도 오래간다.’

  김 대리의 지론이다. 그는 학생들이 본인이 공사한 곳을 많이 이용할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요즘 김 대리는 얼마 전 리모델링한 법학관 1층 로비를 자주 둘러본다. 학생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며 김 대리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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