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미씨는 1987년 대학가요제에서 '사랑비'라는 곡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후 노래 '칵테일 사랑'을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도 콘서트를 열고 음반발매를 하면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공=신윤미씨(작곡·87년졸)씨


  대학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대학가요제가 36년 역사를 뒤로하고 올해 폐지됐다. 대학가요제는 이제까지 노사연, 산울림, 신해철 등 수많은 음악인을 배출해왔다. 1987년, 대학가요제의 전성기였던 이 시기에 대한민국 젊은이의 심금을 울린 이화인이 있다. ‘칵테일 사랑’을 부른 프로젝트 그룹 ‘마로니에’로 더 유명한 신윤미(작곡·87년졸)씨다. 본지는 신윤미씨를 10월 서면으로 만나 대학가가 대학가요제로 들썩이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갔다.

  신씨가 대학가요제에 나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국예선전을 1위로 통과했지만 본교가 당시 재학생의 방송출연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의 입장이 완강하자 대학가요제 연출가였던 신종인 PD도 직접 설득에 나섰다. 신씨는 학과장과 졸업까지 B학점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대학가요제에 출전할 수 있었다.

  “방송에 출연해서 학교 졸업이 힘들었던 선배도 있었어요. 이화인 중에서 재학생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한 후 무사히 졸업까지 한 학생은 제가 처음일 거예요.”

  ‘겨울비 소리 없이 내리던 날/왠지 모를 따스함에 기지개 켜는/내 눈앞에 서려있는 그 세계는 사랑의 나라’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곡 ‘겨울비’는 세련된 멜로디와 코드진행으로 심사위원의 이목을 끌었다. 신씨가 작사, 작곡한 겨울비는 대학 2학년에 겪었던 첫사랑과 이별담을 노래한 것이다. 그는 이 곡으로 대학가요제 이전에 참가한 본교 가요제에서도 1등을 거머쥔 바 있다.

  대학가요제 수상 이후 신씨는 음악감독,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다. 그는 TV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뽀뽀뽀’, ‘주부가요열창’ 등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또한, 방송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당시 유행곡의 코러스를 도맡아 녹음하기도 했다.

  한편, 신씨는 한국 가요계의 저작권 인식 개선에 이바지한 전적도 있다. 그는 ‘칵테일 사랑’의 녹음을 마친 후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서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신씨가 떠나자 다른 가수가 무대에서 신씨의 목소리에 맞춰 립싱크를 했다. 앨범에도 신씨의 이름은 빠져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신씨는 당시 변호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해당 레코드사에 소송을 걸었다. 신씨에 따르면 그 때는 가수가 레코드사를 고소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승소했어요. 편곡자로 제 이름이 등록됐죠. 이 재판으로 가수의 저작권 문제가 화두가 돼 곡에 들어가는 악기 연주자의 애드리브에도 저작권이 생겼어요. 그때 판결 내용은 아직도 법정에서 판례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해요.”

  대학가요제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신씨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수많은 가요제에 존재했지만 가수가 ‘딴따라’라는 통념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대학가요제만이 유일하게 그 편견을 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가요제는 대학생만이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수를 경시하는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또한, 시대를 통찰하는 가사와 20대 특유의 신선함은 대학가요제에서만 느낄 수 있죠. 어떤 문화 콘텐츠도 대학가요제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

  대학가요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만,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나가며 대학가요제의 산증인으로서 음악계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그는 미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콘서트를 열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인 라디오 방송 ‘라디오 코리아’ 진행도 맡고 있다. 가톨릭 생활 성가집도 녹음할 계획이다.

  “가요계에 발을 들인지도 어느새 25년이 되어가네요. 부족한 저였지만 항상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해요. 이제는 그 사랑을 갚아가는 음악 활동을 할 거예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