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처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 도와

▲ 행동연구를 통해 돌고래 '제돌이'의 방류를 도운 장이권 교수.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푸른 제주 앞바다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114마리가 살고 있다. 이 무리에 비좁은 수족관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온 제돌이가 있다. 2009년 5월 돌고래쇼 회사 퍼시픽랜드에서 서울대공원으로 불법 거래된 제돌이는 3월28일 대법원의 판결로 4년만에 바다로 돌아갔다. 제돌이가 다시 야생에 적응하기까지 이화인의 도움이 컸다. 본지는 제돌이 방류 프로젝트 중심에 선 이화인을 인터뷰해 제돌이의 귀향 이야기를 듣는다. 제돌이의 재기를 도운 동물행동학자 장이권 교수(에코과학부)를 8월28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옴짝달싹하지도 못할 수족관에서 벗어나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을 제돌이를 생각하면 절로 흐뭇해집니다.”

  장 교수의 연구실. 서가에는 곤충 껍질로 가득 찬 지퍼백과 곤충모형이 있었다. 장 교수는 제돌이 방류 프로젝트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주로 곤충, 청개구리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올해 남방큰돌고래 행동연구에 호기심을 느껴 돌고래 행동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1월 서울시 산하의 ‘제돌이 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에게서 제의를 받아 연구진과 함께 제돌이 방생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장 교수는 제돌이 방생 프로젝트에서 돌고래의 습성을 연구해 제돌이가 야생에 적응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1월 시작된 연구에서 그는 제돌이의 호흡수, 운동량 등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재활훈련을 진행했다. 제돌이는 5월9일 서울대공원에서 제주도의 가두리 양식장으로 이동해 함께 방류가 결정된 돌고래 춘삼이, 삼팔이와 야생적응 훈련을 받았다. 제돌이는 7월18일에야 김녕 앞바다에 방류됐다.

  “가두리 훈련장에서 제돌이는 적응 속도가 더딘 열등생이었죠. 걱정이 많았지만 제돌이는 이내 야생에 완벽히 적응했어요. 제돌이 안에 남아있던 야생본능이 재활훈련으로 완벽하게 깨어난 거죠”

  그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로 돌고래의 놀이 행동(play behavior) 발견을 꼽았다. 수족관에서 제돌이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제돌이가 바다로 나가자 물고기를 캐치볼 하듯 던지며 놀거나 가두리 양식장 줄을 이리저리 넘으며 줄넘기를 하는 등 놀이 행동을 보였다.

  “처음에는 이런 행동이 비정상적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 제주도 해녀가 물질을 할 때 돌고래들이 장난스럽게 해초를 지느러미에 걸치고 자신을 툭툭 쳤다는 얘기를 듣고 놀이 활동이 야생 돌고래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인 것을 알았죠. 알고보니 제돌이도 상당한 장난꾸러기였어요.”

  그는 남방큰돌고래와 같은 멸종위기종에는 인간의 간섭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제돌이의 동결표식도 이와 같은 이유로 필요했다. 동결표식은 제돌이 지느러미에 ‘1’이라는 숫자를 도장 찍은 것이다.

  “동결표식은 일반인도 제돌이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식별 방법이에요. 실제로 방류된 제돌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연구자가 아닌 취재진이었어요. 제돌이의 식별이 쉬우면 연구가 한결 순조로워지죠.”

  장 교수는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돌고래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남방큰돌고래 관광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제주도 올레길에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지점을 표시해두고 올레꾼(올레길을 걷는 관광객을 일컫는 말)들이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표지판에 연구실 번호도 적어 돌고래를 목격하면 연구실에 제보전화를 하게끔 하는 거예요. 올레꾼은 돌고래를 볼 수 있고 연구원은 돌고래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어 일석이조죠. 물론 관광화가 지나치지 않도록 안전 지침도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이화인이 해양포유류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제돌이 방류 이후 돌고래쇼에 관한 시민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방류를 반대하는 사람도 줄어들어서다.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 확인에 머물러있던 돌고래 행동연구도 제돌이 행동연구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돌고래쇼를 위해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돌고래쇼를 관람하지 않거나 돌고래 방류에 관심을 가지는 등 사소한 것들을 실천해주길 바라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