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센터 홍상희 연구원이 말하는 성희롱의 유형과 대처방안


  “방학 중에 돈을 벌거나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생은 고용주와 소위 ‘갑을관계’를 맺게 되죠. 성희롱은 이런 위계적 관계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어요.”

  최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주미 한국 대사관 대학생 인턴 여직원을 호텔바와 자신의 호텔방에서 거듭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국제 사회에서도 큰 이슈가 됐으며, 이로 인해 갑을관계에서 빚어지는 문제가 다시금 재조명 되고 있다.

  본지는 방학 중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성희롱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양성평등센터 홍상희 연구원을 29일 서면으로 만나봤다. 홍 연구원은 성희롱의 유형과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홍 연구원은 성희롱 사례의 특징으로 외적인 조건을 보고 어떤 사람이 성희롱을 할 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하관계일 때 성희롱이 비교적 쉽게 발생한다는 점을 꼽았다.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학생이 위의 두 가지 특징을 유념하고, 성희롱의 실태와 대처 방안을 항상 고민 해 봐야 해요.”

  아르바이트나 인턴 중 경험할 수 있는 성희롱 유형 중 첫 번째는 ‘언어 성희롱’이다. 언어 성희롱은 성희롱 유형 중에서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유형이다. 여성 비하 발언도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는 일터에서 사적인 대화를 비교적 많이 하는 편이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서 언어 성희롱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에요.”

  두 번째 유형은 ‘회식 자리 성희롱’이다. 이는 회식 자리에 참석한 인턴이 술자리나 귀가하는 길에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다. 이때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고용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주기도 한다. “회식 자리의 분위기는 사무실보다 느슨합니다. 그래서 고용주나 상사가 자신의 지위에서 권력을 이용해 성희롱을 할 수 있어요.”

  다음 유형은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자며 일터 외의 장소에서 만남을 강요하는 ‘친밀한 관계 강요형’이다. 이 유형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의 제안을 단순한 호의로 생각해 처음부터 거절하기 어렵다. “친밀한 관계를 강요하는 행위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성적인 관계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니 처음부터 분명한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죠.”

  홍 연구원은 대처방안으로 가해자에게 거부 의사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거부 의사는 직설적이고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좋으며, 가해자의 행동 후 빨리 전달될수록 좋다. 이를 직접 말하기 어렵다면 문자나 이메일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는 그 순간을 현명하게 넘기면 상대방이 알아서 조심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성희롱 가해자는 흔히 자신이 한 성희롱 행위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애써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한, 홍 연구원은 성희롱을 당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와 상의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학교 기관을 통해 소개받은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 근무 중 성희롱을 겪었다면 반드시 소개해 준 기관에 알려야 한다. 본인의 상황 해결 뿐 아니라, 기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학내 양성평등센터나 외부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같은 기관에 도움을 청할 수 있어요. 만약 법적인 자문이 필요할 경우 본교 동창의 법률상담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평소에 자신의 주량과 수용 정도를 명확히 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과도한 음주는 판단 능력과 대처 능력을 저하시킨다. 또한,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성적인 농담의 수위,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타인의 사생활 간섭 정도나 신체적 접촉 정도도 명확히 해야 한다.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용주나 상사가 괜찮다고 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돼요.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홍 연구원은 성희롱을 당했을 때 ‘내가 옷을 더 단정하게 입었더라면’, ‘회식자리에서 일찍 일어났더라면’ 등의 자책은 하지 말라고 했다. 성희롱은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이고 왜곡된 성 규범과 개인의 권력 남용에 대한 규제 부족에서 기인한 문제기 때문이다. “성희롱은 가해자가 자신보다 사회 경험도 부족하고 열악한 상황에 처한 타인을 착취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희롱을 당했을 때 자신을 자책하기 보다는 가해자에게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하고 기관에 자문을 구하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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