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 미술의 이해’를 강의하는 박성은 교수와 정은진 강사(왼쪽). 이들은 20년 동안 사제지간의 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이번 학기 종강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 누구보다도 뜻 깊은 6월을 맞이하는 이화의 두 선생님이 있다. 바로 박성은 교수(미술사학과)와 정은진 강사(미술사학과)다.

  이들은 약 20년 동안 스승과 제자이면서 5년 전부터는 학부 교양과목인 ‘서양 미술의 이해’를 함께 가르쳤다. 이들은 이번 학기에 마지막으로 ‘서양 미술의 이해’ 분반 수업을 함께 진행한다. 박성은 교수가 오는 8월 정년퇴임해 이화 교정을 떠나기 때문이다. 이화에서 스승과 제자,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동반자로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을 5월29일 ECC에서 만났다.


-서양 미술사를 시작한 계기는

  박성은 교수(이하 박): 사실 이화에서 학부 전공은 서양화였어요. 국제 무대에 서고 싶어 1979년 파리로 떠났는데, 그때 나는 서양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런 생각은 중세 고딕양식의 백미로 알려진 노트르담 대성당 정문 조각 ‘최후의 심판도’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죠. 그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고, 그 후 서양문화를 알고 싶어 서양미술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정은진 강사(이하 정): 대학교 3학년 때 어학연수로 파리에 갔다가, 수업을 자체종강하고 파리시내의 모든 미술관을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죠. 루브르 박물관은 다 보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리더군요. 그때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서양 미술의 이해 수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박: 서양 미술을 공부하는 첫 단계는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관련 용어를 아는 거예요. 그래서 ‘서양 미술의 이해’ 수강생이 서양 문화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와 중세 기독교 사상을 이해할 수 있게 성경을 읽도록 했어요.

  정: 선생님 말씀에 덧붙여 학생들이 ‘서양 미술의 이해’를 수강하면서 작품을 마음의 눈, 심안으로 보았으면 합니다.


-서양 미술의 이해 분반을 진행하며 보람있던 기억은

  박: 한 학생이 외국에서 엽서를 보내준 적이 있어요. 제가 진행한 서양 미술의 이해를 수강한 학생이었는데, 유럽 여행 도중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수업 내용이 도움됐다고 하더군요. 엽서를 읽고 노트르담 성당을 보고 서양 미술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정: 미국에 간 교환학생이 우리나라로 돌아오던 중 저에게 메일을 보내줬어요. 제 수업에서 한 필기를 미국의 여러 박물관을 둘러보며 활용했다는 내용이었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서양 미술사가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됐다’고 들으면 뿌듯해요.


-이화에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은 계기는

  박: 대학원 미술사학과에 르네상스 전공 교수로 부임한 다음 학기에 정선생이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석사논문으로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벨리니(Giovanni Bellini)를  쓰고 싶다며 저를 찾아왔죠. 이후 박사 과정도 함께 했어요. 정 선생은 제가 가르친 1호 석사이자 박사이기도 하죠.


-정 선생님에게 스승으로서 박성은 선생님은

  정: 선생님은 학생을 엄격하게 대하시지만, 누구보다도 학생을 사랑하는 분이세요. 선생님께 미술사학을 배운 학생이라면 알죠. 선생님 수업의 조교를 하면서 정해진 시간보다 미리 준비하는 생활 태도도 배울 수 있었어요.


-박 선생님에게 제자로서 정은진 선생님은

  박: 정은진 선생이 논문을 쓰고자 했던 당시에 우리나라 미술사학을 공부하던 학생들의 관심은 현대미술사에 집중돼 있었죠. 그래서 르네상스나 중세시기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자 했던 학생 ‘정은진’이 걱정되기도 했어요. 지금은 정 선생이 제 전공인 기독교 도상학에 관심을 두고 이 분야에 학문적으로 기여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이화 그리고 서양미술사의 의미는

  박: ‘서양 미술의 이해’를 15년 넘게 강의하며 연구년을 제외하고는 매 학기 400명 이상의 학생을 만났죠. 강사 시절까지 포함해 저에게 수업을 들은 학생이 1만명이 넘더라고요. 제 수업을 들은 학생이 어디에선가 서양 미술사를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서양미술사가 전해지면 좋겠어요.

정: 이화는 40대인 지금까지 제 성장 배경이자 ‘인연’의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을 만났고, 여러 선생님, 선후배, 친구와 인연을 맺게 되었죠. 무엇보다 박 선생님을 만난 의미 있는 공간이죠.


-마지막으로 이화인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박: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죠. 우리가 속한 동양 문화를 잘 이해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선 서양 문화를 이해해야 해요. 21세기는 ‘여성과 문화의 시대’이기도 하죠. 이화인이 이 세계를 창조적으로 이끄는 리더가 되길 바랍니다.

  정: 이화인이 나무 같은 사람이 됐으면 해요. 저는 사계절 내내 교정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죠. 여러분이 어디를 가든 흔들리지 않고, 이화의 나무처럼 뿌리가 깊은 사람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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