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미주 한국일보


“‘아이러브코리안넷(ilovekorean.net)’은 한국 종합선물세트죠. 한국어, 한국 문화, 한국인 등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어요. 외국인이 한국을 알기 위해 거쳐야 하는 포털사이트가 됐으면 좋겠어요.”

혼자서도 한글을 배울 수 있는 무료 웹사이트가 13일 개설됐다. LA(Los Angeles)에 위치한 한국어 교육 학원 ‘Angels Academy’ 정인숙(시청각교육․71년졸) 원장이 30년 동안 모은 한국어 교육자료 등을 활용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 관련 사이트 아이러브코리안넷을 개설했다. 사이트에 최신 자료를 업데이트하느라 여념이 없는 정 원장을 22일 전화로 만났다.

1979년 미국으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남부 캘리포니아로 떠나면서 정 원장의 한국어 교사로서의 인생이 시작됐다. 정 원장은 당시 3살, 7살이던 자녀가 금세 영어에 익숙해져 한국어를 잊어가자 아이들을 남가주 한국어 학원에 보냈다.

“당시 남가주 한국학원의 한국어 교재는 커리큘럼 등의 면에서 많이 부족했죠. 한국 국정교과서에서 발췌해 복사한 것을 교재로 썼는데 미국의 실정에 전혀 맞지 않아 놀랐죠. 그래서 교사로 일하기로 결심하고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남가주 한국학원뿐만 아니라 글렌데일 커뮤니티 칼리지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그는 『유치원부터 9학년을 위한 재미있는 한국어 학습 시리즈』,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 II 한국어 문제집 『SAT II Korean with Listening』등 약 20권의 한국어 교재를 만들었다.

2007년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어 교육 세미나에서 그의 한국어 교육 경력을 알고 있는 137개국 한국어 교사들로부터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그는 많은 질문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도움을 세계 곳곳에서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아이러브코리안넷을 개설하게 됐다.

“그때 미국뿐 아니라 케냐, 레바논, 부탄 등 한국인이 없다고 생각되는 오지에서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에 대한 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세계 어디에 있든 인터넷은 모두 접할 수 있으니까 그들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한국에도 국제결혼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정 원장은 교재를 만들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안 모아놓은 자료는 많았지만 필요한 부분을 정리하고 보충 자료를 찾는 데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인터넷에 자료를 게시하는 데에도 1년 이상이 소요됐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계속했죠. 자료를 찾고 정리할 때 서울대 이익섭 명예교수, 국립국어원 김옥순 박사, 정희원 박사 등 많은 분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감사하게도 그분들이 제게 아무런 물질적 보상도 요구하지 않았죠. 그래서 저도 이 사이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그는 영어로 한글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 외에도 한국어를 흥미 있게 배울 수 있는 발음 자료도 만들었다. 사이트에서 자음이나 모음을 클릭하면 발음을 들을 수 있게 해 놨다.

“한글 자모는 영어로 설명해 놓아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직접 소리를 녹음해서 올렸어요. ‘왜’ 같은 단어의 경우, ‘오’, ‘아’, ‘이’의 합으로 표현하고 왜, 오, 아, 이를 다 들을 수 있게 해놨어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적당한 선생님을 못 찾아서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사이트를 통해 한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게 하려고 했어요.”

사이트에는 문법, 단어 등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다. 정 원장은 자신의 교재뿐 아니라 이익섭 명예교수의 『우리말 산책』, 서울대 장소원 교수(국문과)의 『말의 세상, 세상의 말』 등에서도 자료를 발췌해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이 혼동되기 쉬운 말과 문법 등을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정 원장은 한국속담과 사자성어도 영어로 설명을 해놨다. 그는 한자를 배울 수 있는 항목도 만들어 모양이 비슷한 한자와 반대의 뜻을 가진 한자를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아이러브코리안넷에는 한국어 자료뿐 아니라 한국인에 대한 자료도 있다. 아이러브코리안넷의 ‘I Am Korean’ 항목을 누르면 김연아, 손기정 등 한국 유명 운동선수에 대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I Am Korean에 게시된 동영상은 학원에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해요. 한국인임을 창피하게 여기는 한국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죠. 미국 아이들이 눈가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한국인들 보고 눈이 작다고 놀려요. 어린아이들은 굉장히 상처를 받죠. 이들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영상을 통해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보여주는 거죠.”

아이러브코리안넷에서는 한국의 상징, 문화유산 등에 대한 자료도 접할 수 있다. 본교에서 시청각 교육을 전공할 때 배웠던 시청각 자료 활용 기술을 이용해 그는 무궁화, 태극기,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 등에 대한 자료도 직접 편집해 동영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정 원장이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에 관한 자료도 게시한 이유는 언어를 공부할 때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곧 문화예요. 예전에는 김치를 ‘mixed salad’로 번역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Kimchi’라고 하죠. 김치는 김치일 뿐 어떤 미국음식과 비교할 수 없어요. 한국인의 특성에 대한 자료도 아이러브코리안넷에 게시할 예정이에요.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이 유난히 부지런한 이유를 설명할 거예요. 우리나라 기후는 논농사에 부적합하기 때문에 예부터 한국인은 정확한 시간에 물꼬를 트고 모를 심기 위해 부지런해야만 했던 거죠. 그렇지 않으면 1년 치 식량이 확보가 안 되니까요.”

이밖에 아이러브코리안넷에는 연극각본도 게시돼있다. 그가 한국어를 가르치며 연극이 한국어 습득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별주부전, 콩쥐팥쥐 등의 연극 각본을 올렸어요. 연극 대사를 외우면 자기 대사뿐 아니라 상대역의 대사까지 외워야 하죠. 또 대사를 외우는 것은 문장을 통으로 외우는 것이기 때문에 회화 실력이 많이 향상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매년 연극을 꼭 하게 했죠.”

정 원장은 앞으로 아이러브코리안넷의 업데이트뿐 아니라 SAT 한국어 문제를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는 사이트도 만들 계획이다. 또 한국어 교재 집필도 계속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도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