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대한민국 조선세법 경연대회’ 준우승자 임소형씨를 만나다


‘제10회 대한민국 조선세법 경연대회’가 5월13일 전북 정읍시에서 열렸다. 조선세법(朝鮮勢法)은 문헌으로 남아있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검법으로 동양삼국의 검법에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다. 이 날 경연대회에는 89명의 남·여 대학생이 참가해 조선세법을 시연했다.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임소형(기독·09) 씨를 5월29일에 만났다.

임 씨는 상대방과 검술을 겨루는 검도의 ‘시합’과는 달리 혼자 검리(劍理, 검술의 이치)에 따라 검술을 수양하는 조선세법에 매력을 느껴 조선세법 경연대회에 도전했다.

“검도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상대의 빈틈을 찾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는 재미가 있어요. 하지만 조선세법은 누군가와 대련을 하는 것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죠. 수련할 때도 거울을 보면서 한 동작, 한 동작 검의 원리에 맞춰서 운동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게 돼요.”

임 씨가 조선세법 대회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대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한 달 동안 맹훈련에 돌입했다.

“첫 2주 동안은 ‘거정세(擧鼎勢, 정면베기)’ 등 12개의 동작에 대해서 공부했어요. 나머지 2주 동안은 평일에는 하루 2시간씩, 주말에는 하루 종일 운동을 하면서 검술을 몸에 익혔어요.”

임 씨는 초등·중학교 시절 유망한 검도선수였다. 그는 전국 대회 7회 우승, 도 대회 10회 우승을 기록하며 2003년에는 중학생 부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학업문제로 검도를 그만뒀다.

“선수시절에도 제 본분은 학생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점점 운동량이 많아져 성적이 떨어지자 검도를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검도를 그만둘 때 국가대표 제의도 받았지만 저는 검도선수로서 후회없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미련 없이 그만뒀죠.”

임 씨는 그 후 5년 동안 죽도를 잡지 못했다. 죽도를 잡으면 선수시절처럼 검도에 빠질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검도를 그만두고 나서도 취미로라도 검도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공부가 가장 중요했던 시기에 다시 죽도를 잡으면 선수시절처럼 검도를 좋아하게 될까봐 두려웠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절대 죽도를 잡지 않았죠.”

그는 대학에 들어온 후 ‘이화검도부’에 들어가서 기본부터 다시 쌓아나갔다.

“이화검도부의 모든 신입부원은 발동작부터 시작해야 해요. 너무 기본적인 운동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고민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이화검도부에서 검도를 다시 시작하길 잘한 것 같아요. 5년 동안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시절 운동량을 소화하지 못했을 거예요. 기본 동작부터 시작하다보니 체력도 서서히 좋아졌죠.

임 씨는 이화검도부에서 활동한 1년 동안 ‘제 40회 추계전국대학검도연맹전 여자2부’ 개인전 우승·단체전 준우승, ‘제1회 전국대학동아리검도대회’ 개인전 준우승을 거뒀다.

“제가 검도를 그만둘 때 사범님들이 많이 안타까워하셨어요. 검도인은 한 번 시작한 검도는 ‘평생검도’라며 그만두지 않죠. 저도 그분들의 가르침을 실현하고자 대학에 진학해서는 다시 검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2009년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후 선수시절 사범님들 만났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임 씨는 앞으로 조선세법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결승 마지막 과제가 ‘전시세(展翅勢, 우방향 올려베기)’를 시연하는 것이었어요. 칼을 잡고 왼 발이 먼저 나가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오른 발이 움찔했죠. 심판은 제 실수를 잡아냈고  그 순간 판정이 끝났어요. 제 실수로 대회를 끝내게 돼서 아쉬웠지만 더 열심히 수련하라는 뜻으로 생각하려고요. 조선세법에도 검도를 그만둘 때 처럼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아요. 칼을 뽑았으니까 우승을 해봐야죠.”

 

조선세법 경연대회란?

 

대한검도회는 조선세법을 복원하기 위해 2003년 ‘제1회 조선세법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2007년에 조선세법 단(段)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해 2010년까지 약1천400명의 조선세법 유단자가 배출됐다.

경연대회는 천(天)에 해당하는 4가지 세법을 실시해 조 당 2명을 선발하는 1차 예선, 지(地)에 해당하는 4가지 세법을 실시해 2명을 선발하는 2차 예선을 통해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본선은 2명이 동시에 현장에서 지정하는 자세를 바로 시연해 심판에게 승 판정을 받는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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