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문예중앙 소설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자 박사랑씨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저 ‘글은 계속 써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계속 써내려갔죠.”
  3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등단한 박사랑(국문․08년 졸)씨는 아직도 수상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박씨는 ‘2012 문예중앙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해 정식 문인이 됐다. 박씨의 당선작은 「어제의 콘스탄체」와 「이야기 속으로」 두 편이다. 벌써 다음 작품구상에 여념 없는 그를 20일 시청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씨는 9살 때부터 소설가가 꿈이었다. 중고등학교시절에도 혼자서 끊임없이 글을 썼다. 국어국문학과에 문학특기자로 입학한 그는 대학에 와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익히기 시작했다. 대학생활은 그의 소설에 밑거름이 됐다. “청소년기에는 오직 저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졌어요. 대학에 와서 집회현장에 나가고, 농활에 참가하면서 사람과 사회에 대한 글을 쓰게 됐어요.”
  박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 방송작가가 됐다. 그러나 그는 곧 방송사 생활이 그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 취직한지 몇 달 만에 글쓰기와 무관한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이직했다. 박씨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소설가를 꿈꾸며 집필활동을 이어나갔지만 쉽지 않았다. “새벽시간에 글을 쓰는 편인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는 그럴 수 없잖아요.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9시쯤 잠자리에 들어 새벽1~2시에 일어나 글을 쓰곤 했어요.”
  약1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박씨는 ‘이렇게는 이도 저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09년 4월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공모 준비를 시작했다.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글을 꾸준히 써왔기 때문에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자신 있던 그였지만 등단과정은 쉽지 않았다. 함께 작품 공모를 준비하던 친구들 중 2명이 등단한 2009년~2010년은 그에게 큰 슬럼프였다. “저보다 등단 준비를 늦게 시작한 친구들이 등단을 하고나서는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아무 공모전에나 작품을 내고 안달하며 지냈죠.”
  박씨는 그렇게 약1년을 보내고 나서 수상작이 된 ‘어제의 콘스탄체’를 쓸 수 있었다. 어제의 콘스탄체는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현실에 좌절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 주인공 여성은 길을 걷다 ‘나는 모차르트이며 당신은 나의 콘스탄체‘라고 주장하는 남성을 만나게 된다. 그를 만나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 ’예스터데이‘에 참석해 버지니아 울프,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사도라 던컨을 만나 얘기를 나누며 지친 일상을 위로 받게 된다. “작품 집필 당시 전 주변의 시선으로 볼 때 번듯한 직장도 없고, 집도 넉넉하지 못한 ‘20대 루저의 삶’을 살고 있었어요. 지금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 ‘전생’을 떠올리게 됐죠.”
  소설 곳곳에는 당시 그의 고민이 묻어있다.


"집에 돌아가면 아마 나는 글을 쓸 거야. 물이 새는 옥탑방에 앉아 세숫대야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겠지. 하지만 그 글은 책으로 출판되지는 않을 거야. 내 컴퓨터 안에만 있다가 어느 날 휴지통으로 들어가겠지. 나는 그렇게 살아. 내일은 생각하지 않아도 뻔해.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후략)“ - 「어제의 콘스탄체」 중 ‘버지니아 울프’의 대사


  함께 출품한 작품 ‘이야기 속으로’는 과거인물 대신 과거의 작품을 차용한다. 박씨는 김승옥의「서울, 1964년 겨울」을 소설 안으로 끌어들여 이야기를 전개했다. 등단 후 작품을 내지 못한 작가 ‘나’는 홀로 술을 마시다가 주변의 대화를 엿듣고는 깜짝 놀란다. 사내들이 ‘서울, 1964년 겨울’에 나오는 대사를 그대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사내들을 따라 나서고, 익숙한 ‘서울, 1964년 겨울’의 이야기에 스며들게 된다. 결국 주인공 ‘나’와 김승옥의 ‘사내’들이 뒤섞이면서 소설은 1964년 서울과 2012년 서울의 인간소외 현상은 다를 바 없다는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소설을 왜 써야하는지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제가 직접 소설 속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술잔 대신 풀어놓은 알의 넥타이를 쥐고 흔들었다. 나도 이런 목줄차고 그냥 돈이나 벌 거라고! 소설 같은 건 써봤자, 아무 소용 없어. 소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중략) 소설을 말이야, 화재를 화재 자신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지. 화재는 원래 인간이, 세상이 만들어 낸 거라고. 그런데 정작 불이 나면 사람들은 그냥 모르는 척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멀리서 구경만 한다고. - 「이야기 속으로」 중


  두 작품의 또 다른 독특한 공통점은 ‘과거’를 끌어들여 소설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이전에 쓴 리얼리즘계 소설들은 재미가 없다는 평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재미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거든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해 과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창조했어요.”
  박씨는 현재 청년실업을 소재로 한 작품을 올해 안에 발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박씨의 목표는 ‘독자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쓰는 것’이다. “박완서 선생님처럼 평생 글을 쓰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독자분들이 제 글을 읽고 자기 자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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