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감독과 함께하는 2040 통일 대화의 광장’ 7일 삼성홀에서 열려

 “리분희 선수와 헤어지며 ‘편지할게’, ‘전화할게’라는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건강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울면서 다음 경기 때 보자는 말을 하는 게 고작이었어요.”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21년 전 일본 지바에서 북한의 리분희 탁구 선수와 이별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무대 위 스크린에는 1991년 제41회 세계탁구권대회 당시 남북단일팀으로 우승을 거둔 남북의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는 장면이 재생됐다.

 통일교육원이 주최한 ‘명사와 함께하는 2040 통일 대화의 광장’이 7일 오후4시 ECC 지하4층 삼성홀에서 열렸다. 이날 일일 강사로 참여한 현 감독은 남북 탁구단일팀에서 활동한 경험 등을 통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통일에 관심을 촉구했다.

 당시 선수였던 현정화, 북한의 리분희, 유순복 등 선수 18명과 임원 44명으로 구성된 남북 첫 탁구단일팀 ‘코리아(Korea)’는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권대회에 참가했다. 남북이 남북체육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따른 것이다. 코리아는 당시 8연패로 승승장구 하던 중국을 이기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당시가 ‘지바에서 있었던 46일간의 통일’과 같았다고 말했다. 62명의 남북 탁구단일팀이 46일간 만큼은 함께 훈련을 하면서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현 감독은 “함께 훈련하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이념 교육을 받아 ‘북한 사람은 독하고 사나울 것’이란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 감독의 남다른 승부욕도 북한 선수들 앞에서는 특히 강해졌다. 그는 단일팀을 합의하기 전 북한 선수들과의 경기는 단순한 경기의 의미를 넘어선 전쟁 같은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강연 중간에 자신과 리분희 선수가 수십 차례 공을 주고받는 긴 랠리(rally,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북 선수 간의 경계심은 팀이 돼 훈련하고 한솥밥을 먹으면서 금세 허물어졌다. 현 감독은 함께 지내면서 북한 선수도 드라마에 관심이 있고 이성 친구 이야기를 하는 또래 친구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과 친해져 1990~1991년 방영된 KBS2 드라마 ‘서울 뚝배기’의 유행어인 ‘그랬걸랑요’를 따라 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현 감독은 제41회 세계탁구권대회를 치룬 후 리분희 선수와 다시는 보지 못했다. 당장에라도 리분희 선수를 만나러 북한에 방문하고 싶다는 현 감독은 통일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통일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남북한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감독은 “남북 단일팀처럼 스포츠를 통해 남북한 교류가 이뤄지면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다”며 “여러분도 각자의 분야에서 북한에 조금씩 마음을 열다 보면 통일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 단일팀을 다시 한번 만들고 싶다”며 “지난 2월 말 마카오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북한 스포츠 관계자에게 이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통일에 관한 강연에 앞서 자신의 탁구 인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꿈, 인내 등의 주제로 나눠 전달했다. 강연에는 본교생을 비롯한 시민, 새터민 등이 자리해 현 감독과 탁구 경기를 하는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김수현(생물교육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강연을 통해 통일이 혼자만의 바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강연을 통해 통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북한의 상황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 parkjunha@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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