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아, 아빠는 너무 억울하다. 그런데 그 억울한 마음을 누구한테 하소연할 길이 없구나.”

5일(토) 오후2시50분 KBS1TV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이 지나갔다.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이 영상은 이유경(방송영상․09)씨, 윤선영(방송영상․09)씨가 기획에서 편집까지 약 두 달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제8회 ‘KBS 신세대 VJ 콘테스트’에 참가한 이들은 다큐멘터리 ‘선영이 아빠’로 대학생들이 출품한 67개 작품 중 대상을 수상했다.

“KBS 신세대 VJ 콘테스트는 방송과 영상제작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보고자하는 대회예요. 기업이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홍보 영상을 주로 만들어야 하는 것과 달리 이 대회에서는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내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선영이 아빠’는 ‘재생 불량성 빈혈’이라는 희귀병으로 갑작스레 딸 선영이를 잃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약10분짜리 다큐멘터리는 아버지가 딸의 남겨진 흔적을 책으로 만들며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중심’이 주제였던 이번 대회에서 이씨와 윤씨는 평범한 가족간의 사랑을 담고자 했다. 소재를 찾던 중 ‘선영’씨의 여동생이자 이씨의 친구인 ㄱ씨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제안했다. 어렸을 때부터 ㄱ씨와 가까운 사이였던 이씨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고민 끝에 이 소재로 촬영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은 마음을 금방 열어준 ‘선영이 아빠’ 김승태씨께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러한 가까움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들은 선영씨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싶었지만 김씨가 이씨를 타자가 아닌 딸의 친구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보통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들은 취재원과 거리감을 좁히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는 아저씨께서 오히려 마음을 먼저 열어주셔서 한 발짝 뒤에서 영상을 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3자인 윤씨가 일부러 카메라를 들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들은 ‘슬픔을 절제하면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 보는 사람에게 뭉클함을 전한다’는 심사위원단의 평을 받았다.

 이씨와 윤씨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선영’씨의 아버지가 나래이션 하는 장면을 꼽았다. 다큐멘터리의 처음과 끝에는 김씨가 ‘선영’씨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이 장면은 김씨의 마음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기 위해 30분간 카메라만 켠 채 두 학생이 자리를 비워 완성됐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김씨는 딸에게 이야기 하듯 자신의 속마음을 전한다.

 그들은 평소에 다른 장르에 비해 덜 제작했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많은 공부가 됐다고 했다. 또한 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PD를 향한 꿈을 더 키우게 됐다고 밝혔다. 졸업 후 드라마PD가 되고 싶다는 이씨는 김수현 작가의 글쓰는 능력과 상상력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특색있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며 드라마 마왕, 부활을 제작했던 박찬홍 감독을 롤 모델로 꼽았다. 그는 조금 더 사회를 직접적으로 풍자하며 메시지를 빠르고 간결하게 전할 수 있는 시트콤 PD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학창시절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서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우리 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특별하고 순수한 시각이 형성된다”며 “이러한 강점을 활용하면 어떤 분야에서도 기량을 뽐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예진기자 yegene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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