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풍경을 펜화, 사진으로 담아내는 3인의 전·현직 교직원이 있다. 김재은 명예교수(심리학과)는 1994년부터 전국 풍경을 펜화로 남겨왔고 120점 중 20점이 본교 교정 풍경이다. 황성아 전 강사(조소과)는 1988년부터 사라져가는 캠퍼스 공간을 약 80점의 사진과 일기로 남겼다. 자연사 박물관 윤석준 기술원도 2006년부터 매일같이 본교 내 건물과 동식물을 1천점이 넘는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펜으로 풍경화 그리는 김재은 명예교수
김재은 명예교수의 취미는 본교 캠퍼스 풍경을 펜화로 스케치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1994년부터 그려온 120점의 펜화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전시회에서 얻은 수익 전액을 총동창회에 기증했다. 기증된 그의 작품은 현재 출판부, 평생교육원에 전시돼있다.

김 명예교수는 미술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는 여행을 다니며 스쳐지나온 장소들을 어느 새인가 펜화로 남겨 기념하기 시작했고, 그의 펜촉은 이윽고 이화를 향했다. 김 명예교수는 대강당, 대학원 별관, 본관, 약대 건물 및 그 주변 풍경들을 화폭에 담았다. 현장에서 빠르고 힘찬 필력으로 포착해온 생생한 장면은 후에 꼼꼼한 수정과 보완을 거쳐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됐다.

그가 그린 본교 풍경에는 나무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노트북만한 종이 위에 그린 진선미관 풍경에는 왼쪽부터 3분의 1 지점에 큰 나무가 굵게 자리하고 있다. 그 주변으로는 작은 나무와 잔가지들이 촘촘하게 뻗어있다. 올해 새로 그린 영학관 풍경에도 역시 울창한 나무사이로 보이는 지붕과 창, 깨끗한 하늘이 담겨 있다.

그의 화폭 속 나무는 본교의 역사와 시간을 상징한다. 그림 속 나뭇잎들은 세세하게 묘사돼 단풍잎, 플라타너스 잎 등 종류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다.

그는 “캠퍼스 안 거목은 이화의 역사와 이화인의 일상을 지켜본 든든한 파수꾼”이라며“종류별로 가지의 형태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현재 평생교육원에서 미술심리지도자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펜화를 그리며 좋은 일에 이 재능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진 본교 풍경들 투명 비닐 겹겹이 보관해온 황성아 전 강사
황성아 전 강사는 1988년부터 찍어온 캠퍼스 풍경 약 80점을 날짜 기록과 함께 보관하고 있다. 그는 “낱개 사진들을 투명 비닐에 한 겹 한 겹 씌워 상자에 보관하고 있다”며 “과거 캠퍼스와 캠퍼스 내 사라진 공간을 추억하며 날짜별로 사진을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와 그의 인연은 1983년 그가 조소과에 입학 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황 전 강사는 1980년대 5년간의 학부생활, 1990년대 6년간의 대학원 생활, 2000년대 2년간의 강사활동을 해오며 본교와 오랜 인연을 맺었다.

황 전 강사의 사진 속에는 본교의 사라진 공간과 옛 풍경들이 많다. 그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야외 석·목조장, ECC 자리에 있었던 운동장과 대강당 가로수에 걸려있던 색색의 현수막, 조형예술관 C동 건립 전 있었던 원두막 등을 꼼꼼히 사진으로 담았다.

그가 찍은 사진 ‘잔디밭’은 1987년에 찍은 것으로 조형예술관 C동 건립으로 사라진 잔디밭을 담은 것이다. 그는 “잔디밭은 조소과 학생들이 개강 날이면 으레 가는 곳이었다”며 “그 곳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둥글게 모여앉아 야외수업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황 전 강사가 ‘필기체 일기’라고 명명한 일기 속에는 이화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는 이 필기체 일기 사진들로 전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황 전 강사는 “내 젊은 날의 고뇌와 그 이후의 성장 바탕에는 이화광장이라는 상징적인 장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1천 점 넘게 캠퍼스 기록해온 자연사박물관 윤석준 기술원
1972년부터 38년 동안 본교에 재직한 자연사박물관 윤석준 기술원은 2006년부터 거의 매일같이 캠퍼스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고 있다. 

전국을 돌며 동·식물 사진을 찍어 자료를 수집하던 그는 거의 매일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디지털 카메라로 작은 꽃 한 송이에서부터 ECC의 야경까지 이화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천적인 야생고양이 때문에 교내에서 뛰놀던 다람쥐가 사라지고, ECC가 들어서는 등 급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늦기 전에 모든 것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연사박물관 표본실의 낡은 컴퓨터에 연결된 그의 외장 하드디스크에는 약 70개의 사진 폴더가 있다. 이 폴더에는 1천점이 넘는 본교의 캠퍼스 사진이 담겨있다. 그의 사진들에는 ‘기록’이라는 그의 원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화재로 소방차가 왔던 일, 산수유가 1년에 걸쳐 눈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가는 일련의 과정, ECC 외벽 강화유리가 크게 깨진 일 등 기록할만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은 꼼꼼히 찍어둔다”고 말했다.

그의 사진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되는 노트 하단의 캠퍼스 풍경은 바로 그의 작품이다. 본교 전화번호부 표지에도 맑은 날 찍은 그의 아령당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작년 ECC 엘리베이터 안 모니터에서 상영되던 본교 풍경 동영상도 그의 솜씨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윤석준 기술원은 앞으로도 캠퍼스 풍경을 매일 찍어나갈 생각이다. 그는 “본교는 녹지 공간이 많아 매우 아름답다”며 “이 곳에 근무하게 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성진희 기자 tongil2580@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사진제공: 윤석준 기술원, 황성아 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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