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유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기 힘든 아침이었습니다. 물에 적신 솜 뭉치마냥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차가운 길바닥에 아침을 질질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당선소식은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 탈라리아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먼저, 수상의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 드리면서, 이 기쁜 소식을 존경하는 국어국문과 선생님들과 제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빈 문서 앞에서 방황했던 시간들은 다시, 시를 쓸 수 있을까 라는 걱정 때문이 아니라, 그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쩌면 그 동안 소위 숫자로만 기록 되오던 스팩이라는 칠판 위에서 날카로운 분필처럼 살아가면서 시어의 아름다움과 시적 사고력의 풍만함을 잊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탈라리아 같던 수상소식은 숫자만 계산하고 살아왔던 저에게 시원하게 끼얹진 한줄기 찬물과도 같았습니다. 이제 다시 용기를 내서 시어의 숲에 들어설 수 있는 자신감을 준 이 상과 그 시에게 감사하며 소감을 빙자한 반성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건너서 건너감’을 관장하는 헤르메스처럼, 부디 제 시가 다른 이의 마음에 건너가도록 간절히 바라며, 항상 정진해서 시인의 꿈이 바래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유인선(국문·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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