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아픈 손가락 같은 글이 있다. 부족함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 놓을 수가 없는. 이번 소설이 그랬다. 까맣게 잊고 지내던 중 날아든 소식은 ‘내가 니 애비다’에 버금가는 깜짝 뉴스였다. 죽이 되나 밥이 되나 보자며 질질 끌고 다니던 소설이 이렇게 세상 빛을 보게 되니 기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부끄럽다는 말도 부끄럽다. 노트북을 열어 초파리의 성장 과정 같은 초고와 퇴고를 보려다가 못 이기고 닫아버렸다.  
 국문과 4학년 주제에 생뚱맞게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보내고 있다. 소설은커녕 간단한 작문조차 헤매기 일쑤다. 어떻게 써도 진부한 수상소감 대신, 내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언어의 세계에서 안녕한지 묻는 안부 정도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특별하고 다정한 당신들에게.

 

이진송(국문·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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