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 운동을 하고있는 전호웅씨

9월30일 오전7시, 운동복 차림의 노신사 한 명이 본교 교문에 들어선다. 익숙한 길인지 가볍게 성큼성큼 옮기는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본교 캠퍼스를 산책하는 전호웅(서울시 서대문구·64)씨다.

전씨는 올해로 18년째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본교 캠퍼스를 산책해왔다. 그와 이화의 인연은 1993년 전씨가 본교 옆 럭키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시작됐다.

“5층인 집에서 내려다보면 이화 캠퍼스의 녹지가 마치 집앞 정원처럼 아름다웠죠. 이 경치를 눈으로만 보기보다는 직접 거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1시간반씩 본교 캠퍼스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로는 산책 시간을 1시간반~2시간으로 늘렸다. 서울을 떠나지 않는 이상 1년 중 350일 이상을 걸으니 거의 매일이라고 볼 수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이화의 풍경은 전씨를 계속 걷게 했다. 본교 캠퍼스에 대한 전씨의 평가는 거의 예찬에 가깝다.

“봄에는 온갖 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하고, 가을에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하얀 설경이 펼쳐지는 이화의 사계는 다른 어떤 명산에도 뒤지지 않는 멋을 지니고 있습니다.”

눈과 비도 그의 산책에는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눈이나 비가 내리면 오히려 사방이 조용해져서 오히려 더 운치있고, 생각의 깊이도 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랜 기간 본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전씨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본교의 옛 모습까지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본교 근처가 지금과는 달리 소박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정문 앞에는 지금과 달리 재래상점과 작은 서점 몇 개만 있었다고 한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로 둘러싸여 있던 운동장은 ECC가 됐고, 예전 기숙사 자리에는 이화·포스코관이 들어섰다. 벚꽃나무와 등나무가 자라던 쉼터는 교육관B동이 생기면서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없어진 이화교에 얽힌 속설도 있어요. 이화교에서는 이화교 밑을 지나 신촌기차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볼 수 있었는데, 이화교를 건너는 중에 기차가 지나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소문이 있었죠. 다리를 지나던 학생들이 기차가 지나가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걷기운동은 전씨에게 심신의 건강도 가져다줬다. 산책을 시작한 이래로 20년 가까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체중은 전씨의 건강을 입증하는 증거다.

“산책 덕분에 하루하루를 활기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산책을 하며 이화의 자연을 바라보다 보니 낙관적인 마음자세까지 덤으로 얻었어요.”

문호은 기자 he@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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