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제1회 MBC 대학가곡제에서‘눈’으로 대상 수상해…3월18일(목) 첫 단독앨범‘내 영혼 바람 되어’발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천안함 합동안장식이 있던 4월29일(목) 오후1시45분 KBS 1FM 라디오방송‘생생클래식’에서 잔잔한 멜로디와 함께 감미로운 남성 바리톤 음성이 흘러나왔다. 천안함 순국장병 46명을 떠나보내며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이는 곡 ‘내 영혼 바람 되어’였다.

김효근 기획처장이 작사, 작곡한 곡이다. 3월18일(목) 첫 단독앨범‘내 영혼 바람 되어’를 발매한 김 처장을 4월29일(목) 기획처장실에서 만났다.

“이번 앨범은 30년 동안 작사, 작곡했던 노래를 정리한 첫 단독앨범이라는 데 의미가 있어요.”

앨범 수록곡인‘눈’은 김 처장이 대학교 3학년인 1981년, 제1회 MBC 대학 가곡제에서 대상을 받은 곡이다. 당시 경제학도였던 김 처장의 대상 수상은 음악계를 술렁이게 했었다.“대상 수상 후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어요. 팬레터를 수십 통 받기도 했죠.”

김 처장은 작년 5월부터 4개월의 기획, 2개월의 녹음 과정을 거쳐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 그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가곡에 대중적 음악 분위기를 결합한‘아트팝’을 창시해 그의 첫 앨범에서 선보였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의 남자 주인공인 양준모씨가 불렀다.

이번 앨범에는‘사랑의 꿈’,‘내 영혼 바람 되어’등 김 처장이 30년 동안 직접 작사, 작곡한 8곡이 담겼다. 김 처장의 음악 인생이 담겨 있는 만큼 곡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사연도 깊다. 1번 트랙곡‘사랑의 꿈’과 2번 트랙곡‘첫사랑’은 그가 아내에게 청혼하기 위해 작곡한 곡이다.‘사랑의 꿈’은 그가 아내 앞에서 직접 피아노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25년 전 아내에게 나와 결혼하면 앨범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그 약속을 지킨 거죠.”

2007년 국제교류처장 직책을 맡아 작사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기 힘들었지만 김 처장은 작사 과정에서 한 단어에만 2주를 소요하기도 했다. 미국 인디언 구전 시를 직접 번역해 타이틀 곡 가사를 만들던 중‘Grave(무덤)’의 해석이 문제 됐던 것이다.

“‘무덤’이라는 단어가 가사로써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단어 번역을 위해 2달 동안 국어사전, 백과사전을 모두 뒤적였죠.”

그는 결국 고민 끝에 모든 사람이 각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장소를 생각할 수 있도록‘그곳’이라는 상징어로 번역했다.

김 처장의 30년 음악 사랑은 중학교 시절 합창부 피아노 반주를 하며 음악에 빠진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가족의 반대 때문에 경제학과에 진학했으나,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대학교 때 별명이‘걸어 다니는 노래방 반주기’였어요. 400곡 정도의 악보를 외우고 다닌 덕분에 원하는 곡을 곧바로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었죠.”

김 처장은 전공인 경제학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표를 화성법, 대위법 등의 음대 이론 수업으로 가득 채웠다.“경제 과목보다 음악 과목 성적이 더 좋았어요. 음대생들의 음악 이론 공부를 도와준 덕택에‘대위법 오빠’,‘화성법 오빠’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죠.”

그는 학부 생활 이후 경영학 전공으로 유학길에 올라 10년동안 음악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가 다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다.“지금은 기획처장 일이 많아 작사, 작곡을 활발하게 못 해요. 보직이 끝나고 음악 활동에 더 신경 써야죠.”

김 처장의 첫 단독앨범은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되고 있다.“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온 가족이 상심하던 중‘내 영혼 바람 되어’덕분에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방명록은 그를 뿌듯하게 한다.
“음악이 소중한 이유는 삶이 힘들고 고달플 때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주기 때문이죠. 내 음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들의 영혼을 보듬었으면 해요.”

자신이 만든 음악이 대중에게 위로와 치유로 다가갔으면 한다는 김 처장. 그에게 음악은 영혼과 가장 가까운 친구다. 

신사임 기자 ssistory@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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