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선씨, 졸업 후 3년 만에 신선한 아이디어 인정받아 2010 뉴욕 패션 위크에서 컬렉션 선보여

 

런웨이(Runway·패션쇼장의 무대)를 밝히는 조명이 켜진다. 안효선(의직·07년졸)씨가 제작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무대 뒷편에서 걸어나오기 시작한다.

파워 숄더(Power Shoulder·패드를 넣어 어깨를 과장한 의상)를 이용해 강조된 어깨 아래로 늘어진 여러 갈래의 튜브(속이 비어있는 가는 끈)가 모델의 몸짓에 따라 나부낀다.

2월13일(토) 미국 뉴욕시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에서 개최된‘뉴욕 패션 위크(New York Fashion Week)’에서 안씨의 의상이 발표됐다. 브라이언트 공원에서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열리는‘뉴욕 패션 위크’는‘파리 패션 위크’,‘밀라노 패션 위크’와 함께 세계 3대 패션쇼로 손꼽힌다.

“런웨이에서 모델들이 걸어 나올 땐 너무 떨려서, 디자이너인 내가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고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의상들이 마치 내 분신 같이 느껴졌죠.”

그는 이번 패션 위크에서‘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기다란 직사각형 종이를 한 번 비틀어 양쪽 끝을 맞붙여서 이루어지는 도형)’와‘클라인의 항아리(Klein Bottle· 양끝이 접속되어 분명히 닫혀 있는 데도 액체를 넣으면 흘러나간다는 점에서 사실은 열려 있는 4차원의 도형)’를 의상으로 표현했다.

“사이언스 매거진(Science Magazine) 같은 과학 잡지와 서적을 뒤져‘클라인의 항아리’를 풀어낸 공식을 찾았어요. 공식을 통해 클라인의 항아리를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의상의 드레이핑(Draping) 작업과 패턴 작업 등에 이를 반영했죠.”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그의 의상은 미국의 포털사이트 스타일리스트(stylelist.com)로부터“강한 아이디어에 충실해 컨셉을 흩트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쇼를 준비하던 중 건축물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는 안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박물관이나 책방을 찾았다.

“디자인하다가 생각이 막히면 모마 박물관(MOMA, The Musium of Modern Art)을 찾았어요. 그랬던 습관이 디자인에 반영됐는지, 컬렉션에서 강한 골격의 건축물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기자의 말도 들었어요.”

원단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튜브들이 흘러내리듯 강한 실루엣을 형성하는 안씨의 옷은 함께 패션 위크를 준비한 친구들로부터‘스파게티 드레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친구들은 제 드레스를 볼 때마다 배고파진다며 농담을 하곤 했죠. 옷의 특성이 반영된 별명 같아서 마음에 쏙 들어요.”

안씨는 자신이 석사과정을 마친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술아카데미대(Academy of Art University) 대표로 뉴욕 패션 위크에 참가했다. 이 패션쇼에 애칭‘스파게티 드레스’가 출품됐다.

이런 영광을 얻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학부시절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매일 같이 작은 재봉틀 앞에 앉아 옷을 만들곤 했다. 좋아하는 옷을 만들 수 있어 행복했지만 더 넓은 세계를 향한 꿈을 꾸던 시절이었다. 그는 곧 디자이너의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유학을 결심했다.

안씨는 유학 생활 중 더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다양한 준비를 했다. 그는 옷을 만들 때 필요한 기본적인 패턴(Pattern·직물의 염색용 무늬와 인체의 치수를 본뜬 종이) 등의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문서로 정리했다. 본교 재학시절 만들었던 의상의 사진들을 모아 포트폴리오(Portfolio)로 만들기도 했다. 안씨만의 디자인 책을 만든 것이다.

“내가 만든 학습 자료들이 손에 익어 훨씬 이해하기도, 보기도 쉬웠어요. 실제로 학부 때 공부했던 자료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는데 단단한 기초가 됐죠.”

안씨는 결국 미국 유학에 성공했다. 꾸준히 한 영어공부의 덕도 컸지만 그만의 디자인 책도 공부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안씨의 노력은 미국 유학 초기 시절에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 유학 생활 초기에 그에게 가장 큰 장벽이 됐던 것은‘언어’였다. 그는 발표 위주로 진행되는 미국 대학 수업에서 걸핏하면 벙어리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공부하기가 수월해졌다.

“질문하는 것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나라 정서에서 벗어났어야 했어요. 곧, 질문하는 것이 오히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으로 보여 좋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바꿨어요.”

한국과 다른 수업방식은 그에게 많은 것을 줬다. 그곳의 학교 수업은 학생들 스스로가 실제 패션 프로젝트(Fashion Project)를 기획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학생 신분으로 실제 패션 세계에 동참할 수 있었어요. 수업의 일환으로 최근 패션의 경향을 반영한‘에코-프로젝트(Eco-Project)’에서 환경 친화적인 컬렉션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 과제를 수행할 때, 화학 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원단과 실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자투리천도 생기지 않도록 재료를 100% 사용해 컬렉션을 만들었죠.”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모든 사물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가장 힘든 점은 디자인의 요소를 절제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하다보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욕심에 불필요한 요소들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아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군더더기처럼 붙어있는 부수적인 형태를 과감하게 절제하는 것이 쉬울 것 같으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항상 신선한 의상을 선보이면서도 그 속에 자신의 철학을 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안씨는 패션 위크를 마친 후 귀국했다.

“다시 학업으로 돌아와 그동안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갈 계획이에요.”
안씨에 의하면 디자이너란‘모든 형태로부터 영감을 받아 아름다움을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직업이다. 그의 다음 의상에는 어떤 빛깔과 재질의 세상이 담길까. 그만의 철학으로 빛나는 디자인의 옷을 기대해본다.

그의 디자인이 궁금하거나, 디자인, 유학 생활 등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학생은 안씨의 홈페이지(hyosunan.viewbook.com)나 싸이월드(cyworld.com/hhhssss1)를 통해 그에게 연락하면 된다. 

 

이소현 기자 sohyunv@ewhain.net
사진제공: 안효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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