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으로 본교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들이 성공적인 사회 진출로 화제가 되고 있다. EGPP는 제 3세계 및 개도국 여성 인재를 4년간 매해 30여 명씩 선발해 등록금, 생활비, 어학연수비 등을 전액 지원하는‘세계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타국에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바트 바게렐, 응우엔 탄 감, 응엔 티 빅 응옥씨를 만났다.

△한국과 몽골의 다리 역할 하고 싶어

“여성지도자가 되려고 이화에 왔어요.”
2월22일(월) EGPP 장학생으로 국제사무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바트 바게렐(Bat batgerel, 윤사랑·국제사무학 석사)씨의 눈은 반짝거렸다. 몽골상공회의소 최연소 한국대표, 몽골인유학생협회 회장, 몽골국영방송(MNB) 대표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여성지도자가 되려고 이화에 왔어요.” 2월22일(월) EGPP 장학생으로 국제사무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바트 바게렐(Bat batgerel, 윤사랑·국제사무학 석사)씨의 눈은 반짝거렸다. 몽골상공회의소 최연소 한국대표, 몽골인유학생협회 회장, 몽골국영방송(MNB) 대표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는 몽골상공회의소(종로구 안국동 소재)에서 한국에서의 몽골 기업 발전을 위한 홍보나 한-몽 간의 국가적인 행사를 계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몽골인 유학생협회 회장으로서는 몽골인 유학생들을 위한 홈페이지(mongolchamber.mn)를 통해 유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살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한 몽골인 1세대다. 몽골에 있을 당시, 몽골국립대(National University of Mongolia)에서 국제관계외교학을 전공했다. 2004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몽골을 공식 방문했을 때 양국 정상 회의의 전반적인 업무를 주관했다.

이후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침 남편 유넨바트(D.unenbat)씨가“한국에서 여성 리더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대학인 이화여대의 EGPP 장학생 모집에 지원해보라”는 권유를 받아 이화를 만나게 됐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실천자의 소양을 배워야 한다”는 최애경 교수(국제사무학)의 조언은 그가 국제사무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였다. 2년반 동안 이화에서 배운 것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 여성들의 리더십이었다. 그는“이화에 오기 전 내 모습과 지금의 나는 놀랄 만큼 달라졌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바트씨는 본교에서 공부하면서‘시간을 관리할 줄 아는 학습 태도’를 배웠다. 나아가 자신이 계획한 꿈을 이루기 위해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인생의 태도’를 배웠다. 체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본교의 학풍은 바트씨에게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 효율적으로 업무하는 습관을 갖게 했다.

이화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에게 그는 “스스로를 외부인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교수나 학생을 대할 때 적극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조언했다. 외국인으로서 언어,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럴수록 지도교수에게 조언을 구하고 한국인과 자주 어울려야 한다.

“국제사무학과 최애경 교수님과 백지연 교수님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항상 두 분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죠.”

올해는 한-몽 외교 20주년을 맞아 5월 이명박 대통령의 몽골 공식 방문이 있을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바트씨는“한국과 몽골은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선 경제 협력 파트너가 돼야 할 시기”라며“몽골인 유학생 1세대로서 한국과 몽골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턴, 봉사활동으로 또 다른 한국 느껴

“이화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어요.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요.”

 어엿한 이화인으로 4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삼성전자 마케팅부서에 입사한 응우엔 탄 감(Nguyen Thanh cam)(광고홍보·10년졸·베트남)씨는“졸업한 지 10일정도 밖에 안됐지만 그새 이화가 많이 그리웠다”며 입을 열었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응우엔씨는 하노이대(Hanoi University)를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성적으로 입학한 우수생이다. 광고홍보에 관심이 많았지만 베트남 대학들에는 관련 학과가 없어 영어영문학과로 입학했다. 하노이대에서 첫 학기를 보내던 중 본교의 EGPP 장학생 홍보를 접했고, 선발 전공에 광고홍보가 포함돼있는 것을 본 그는 한국행을 택했다.

 2006년 EGPP 장학생으로 뽑혀 본교 학생으로 캠퍼스를 누비던 응우엔씨는 서투른 한국말로 전공 공부부터 시작해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인턴 등의 활동으로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을 가득 채웠다. 그는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해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작년 베트남에 있는 마케팅 홍보 회사에서의 4주간 인턴 활동과 서울시가 주최하는‘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사무직을 담당했던 경험은 이화에서 배운 이론을 실습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학에서 공부만 하기 보다는 봉사, 인턴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사회 진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작년 1학기 몇 군데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했으나 실패한 후, 2학기에 국제교류처를 통해 삼성전자 채용 소식을 접한 응우엔씨는 중간고사와 아르바이트로 바쁜 와중에 입사 시험과 면접을 준비하느라 힘들었다.

“충분하지 않았던 취업 준비 기간동안‘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200%의 노력을 쏟아 시험과 면접 준비를 했어요. 막상 면접실에 들어가서는 많이 준비한 덕분인지 떨지 않고 편하게 저를 보여줄 수 있었죠.”

 최종 발표가 났던 그 시각, 합격을 확인한 그는 친구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훔쳤다. 친지와 친구들은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한국 대기업에 당당히 취직한 응우엔씨에게“대단하다”,“자랑스럽다”는 축하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그는 2월25일(목)부터 직원연수를 받고 있다.

 응우엔씨에게 이화에서의 지난 4년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는“전공과목인 광고홍보학을 통해 현재 직무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고, 국제학부 부전공으로 다양한 학문을 배우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며“이화 안에서 만난 친구, 교수님과의 소중한 인연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면 된다”,“무엇이든 할 수 있다”를 연신 외치는 응우엔씨. 철면피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의심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그의 마음가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국에서의 직장 경험 통해 자신감 생겨

“이화가 준 선물은 배움만이 아니었어요.”

베트남 억양이 섞인 차분한 말투의 응엔 티 빅 응옥(Nguyen Thi Bich Ngoc, 원은옥)(경제학 석사)씨는 현재 CJ 오 쇼핑(CJ O Shopping)에서 상품 공급 관리 및 물류를 관리하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CJ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정식 채용된 것이다. 채용은 서류와 면접, 행동적성평가를 통과한 사람에 한해 실시한 실무평가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원씨는 “타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열정과 틈나는 대로 해온 봉사활동 경력을 좋게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84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하노이대(Hanoi National University)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한국에서 한국어가 아닌 다른 공부를 하고 싶었던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2007년 9월, EGPP 장학생이 된 원씨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만 보다가 직접 와보니 조금 실망했다”며“드라마 속 배우들처럼 한국 사람들은 다 멋지고 예쁠 줄 알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여성으로서 리더십을 배우기 위해 이화에 왔다는 원씨. 그는 비교적 본교에 잘 적응했다. 이화인들의 모습에서 고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본교를 “남자없이도 모든 것을 해내는 학교”라고 표현했다. 그의 눈에 이화인들은 무거운 것을 거뜬히 드는 등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는 대단한 사람들이다.“베트남 여자들은 굉장히 힘이 세요. 남자들이 하는 일도 거뜬히 해내죠. 그런 면에서 이대는 베트남 여자를 꼭 닮았어요.”

그런 그에게도 힘겨운 순간은 있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한국어로 경제학을 배우려니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제학에는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오잖아요. 처음에는 친구가 없어서 혼자 공부하느라 애먹었어요.”

다행히도 그에게는 곧 친한 친구가 생겼다. 송나라(경제·07)씨는 강의를 들을 때마다 원씨의 옆자리에 앉아 보충 설명을 해주는 등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지금도 나라에게 많이 고마워요. 나라 덕분에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어요.”

원씨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꼭 가르쳐 주고 싶은 한국의 문화로‘고객 대접 방식’을 꼽았다. 그는“베트남에서는 물건을 살 때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며“한국처럼 손님을 상냥하게 대하지 않아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던 원씨. 그는“요즘 베트남은 홈쇼핑, 인터넷 쇼핑 등 공간을 초월한 시장 분야가 뜨고 있다”며 그의 회사인 CJ 오 쇼핑의 베트남 지사에서 일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씨는“한국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서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뭐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위해 열심히 두 발로 뛸 것”이라며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이한나 기자 hjnh87@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사진제공: 응우엔 탄 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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