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2학기 겨울방학 특집 인턴 체험기

문화학술부 문호은 정기자
“호은씨, 스타일북 작성 다 됐어요?” “방금 10부 출력해서 매장별로 분류했습니다!” “오늘 반품은?”“다섯 상자요. 박스 포장해서 반품스티커 붙여뒀습니다.”
오전 11시경이 되면 DVF(Daine vonFurstenberg) 사무실에서의 대화는 최고조로 빨라진다. 본사 사무실에서 전국 각 매장으로 행낭(운송업체가 물건을 나르는 큰 주머니) 물품이 나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행낭물품 포장은 원래 MD(MerchanDiser, 물품의 이동을 담당) 언니가 담당하지만 인턴활동 기간 동안 주로 내가 담당했다.

기자가 겨울방학 두 달간 근무한 (주)스타럭스는 삼성동 무역센터 38층에 위치한 무역회사로, 해외 브랜드의 물품을 수입해 국내로 유통시킨다. 내가 일하게 된 브랜드 DVF는 미국 디자이너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의 이름을 내건 여성 의류 브랜드로, 전국 백화점 10군데에 매장이 있다.

DVF 의류사업팀 인턴의 하루는 전국 10개 매장의 전날 고객등록 상황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날 판매내역과 고객등록내역을 비교해 보고,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해당 매장에 업데이트 요구 메일을 보낸다.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인만큼 고객관리가 철저하다.

고객등록 확인을 마치면 각 매장으로 내보낼 행낭물품을 정리한다. 행낭물품이 많은 날은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간다. 물품수거 아저씨께“으악! 아저씨 잠시만요!”를 연발할 때까지 바쁘게 물품을 포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쫓기다시피 행낭을 정리하다 보면 오전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오후 업무는 유동적이다. 미국 본사에서 신상품이 들어오면 상품 목록을 작성하거나 샘플사진촬영을 한다. 밸런타인데이를 열흘쯤 앞둔 시기에는 VMD(Visual MerchanDiser, 매장 인테리어와 디자인 담당)언니와 각 매장에 배치할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포장을 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인 저녁6시가 된다.

행낭포장이 손에 익고, 인턴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느낄 쯤 MD언니와 VMD언니가 “호은이 가면 우리는 어떡하니”라는 말을 꺼냈다. 문득 인턴기간이 2주 밖에 남지 않은 걸 깨달았다. 업무가 워낙 많다 보니 날짜의 흐름에 둔감해졌었나 보다. DVF팀은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재밌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감상을 잊고 지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늘하늘한 쉬폰 원피스를 양팔 가득 들고 다니거나 2시간 동안 패션잡지를 보고 있더라도 그 자체가 ‘업무’인 생활은, 옷을 좋아하는 기자에게는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글·사진 문호은 기자 h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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