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교통사고로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던 이지선(유아교육·01년졸)씨가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3년 후 그는 사고 후 아픔을 극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지선아 사랑해」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며 새 삶을 시작했다. 그의 새 삶과 사명에 대해 듣기 위해 안국동의 보건가족복지부 건물을 찾았다.

그는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밟는 중이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잠시 들어온 그는 방학 동안 보건가족복지부 인턴,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 동아일보 칼럼 기고, 강연 등으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아침 7시20분에 출근해 오후까지 일하고 일주일 평균 2번씩 강연도 하러 다녔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보건가족복지부 인턴 활동은 평소 사회복지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가 ‘한국의 장애인 정책 실정을 보고 싶다’며 보건복지부에 메일을 보내면서 하게 됐다. 그가 복지부에서 맡은 과제는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정착 과정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한국의 복지 정책에 대해 더 배우고자 이씨는 국회, 시·도 과장회의, 심포지엄 등 한국의 복지 정책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복지부 직원들을 따라나섰다. “사무실 안에서는 직원들도 할 일이 많아 이것저것 물어볼 수 없거든요. 하지만 직원들을 따라다니는 동안에는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9년 전 전신 3도 화상을 입었을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사회복지를 공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치료를 공부하고 싶었다.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 그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의 삶 또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됐다.

“사고가 나기 전에 저는 ‘내 인생은 내가 시나리오를 쓰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사고 후에는 신이 써놓은 인생의 시나리오 속에 내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생각하게 됐죠. 이를 깨닫고는 마음이 편해졌어요.”

신앙심이 깊어지면서 그는 삶의 사명도 깨닫게 됐다. “목사님은 기도를 통해 제가 병들고 약한 자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시민들이 저에게 보내주는 편지나 이메일을 볼 때 제 사명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느껴요.”

기적처럼 살아난 그에게 남은 삶은 ‘덤’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얻은 삶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덤’이란 말은 거저 주는 것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삶과 꼭 닮은 말이다. “그 말은 살아있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느끼도록 해줘요.”

그에게 남은 꿈은 병들고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룰 때까지 그는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잊지 않으려 한다. “사고가 나기 전 저는 평범한 사람이었죠. 그런데 사고 이후에는 갑자기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때의 기분을 잊지 않으면서, 앞으로 다른 소외된 사람들의 기분을 항상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할 거예요.”

그의 사명은 아픈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 해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희망을 주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는 오늘 하루도 전진하고 있다.

 전하경 기자 jhk0712@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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