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류 어택(Skrew Attak) 보컬 고연경(물리·05년 졸)씨.
“Do U Luv Me, luv me, Hate Me, hate me.”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하고 무대 위를 팡팡 뛰어다니는 락커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빠른 템포의 드럼과 기타 사운드가 심장을 두드린다. 아티스트밴드 스크류 어택(Skrew Attack)의 뮤직비디오는 스피커 앰프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장을 진동하게 한다. 3일(일) 은평구 증산동에 위치한 스크류 어택의 연습실에서 보컬 고연경(물리·05년 졸)씨를 만났다.

기타 앰프부터 드럼 세트, 베이스 앰프까지…. 10평이 채 안 돼 보이는 스크류 어택의 연습실에는 각종 음악 장비들이 들어차있다. 기타리스트 황정익씨가 믹서에 앰프 라인을 꽂는 등 노래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좀 좁죠? 그래도 이 장비들이 저희 밴드의 생명이에요. 작곡부터 녹음까지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밴드와 다르죠.”

이들의 음악관 중 중요한 하나는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자’다. 지난 2008년 발매된 1집 앨범 ‘NOT ENOUGH TRANSLATION’도 녹음실을 대관하는 대신 기획사 사무실에 믹서를 설치해 직접 녹음하는 방법을 택했다.
“마이크, 건반 등 장비가 놓이는 위치에 따라서도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게 사운드예요. 1집 녹음 때는 기획사 사무실에서 창의적으로 녹음할 수 있었죠.”

울림이 강한 스크류 어택 특유의 사운드가 그들의 독립성에서 왔다는 것일까. 고씨는 자신의 밴드가 인디밴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보통 ‘인디밴드’ 하면 클럽 중심의 비주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들이 지향하는 음악은 그보다 ‘인디펜던트(Independent·독립)’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무엇이든 자신들의 힘으로 하는 그들은 ‘예술가’에 가깝고, 스크류 어택은 아티스트(Artist)밴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터뷰 와중에도 때때로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고씨. 지금은 누가 봐도 잘나가는 락커지만 고씨가 무대에 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화여대에서 물리학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천문학을 공부했어요. 등 떠밀리다시피 입학한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가서야 깨달았어요. 정말 좋아하는 일은 따로 있다는 걸….”
서울대 대학원에서 2년째 천문학을 공부하던 고씨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졸업논문을 내지 않고 수료만 한 채 대학원을 뛰쳐나왔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이크를 잡았다.

“그래도 학부 시절은 참 재미있었어요. 특히 당시 여성철학을 가르치셨던 윤혜린 교수님은 제게 많은 영향을 끼치신 분이에요.”
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2000년, 모 소속사에서 R&B 가수를 준비하던 고씨. ‘오빠 내가 잘해줄게’ ‘서방님’ 등 마음에 들지 않는 가사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마침 여성철학을 수강 중이었기에 과목의 담당교수였던 윤혜린 교수에게 물었다. “선생님, 만약 제 뜻과 맞지 않는 가사를 부르게 되더라도, 제 신조가 그렇지 않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여쭤봤죠. 그런데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방식으로는 네가 부르는 노래를 정당화 시킬 수 없다고…. 저도 요즘 가사를 쓰고 있는데, 그 때 선생님이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고씨가 하고 싶은 것은 ‘노래’만이 아닌 ‘음악’이다. 가수가 아닌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그는 음악을 하기 위해 또 다른 직업을 가졌다. 바로 잡지기획가다. “처음엔 돈을 벌려고 시작했어요. 악기도 사고, 밥도 먹어야 하고…. 그래서 여기저기 원서를 넣다가 운 좋게 ‘SEOUL’, ‘도깨비짱의 한국수첩’에서 일하게 됐어요. 각각 영어를 쓰는 외국인과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잡지인데, 일이 아주 재밌어요.”

투잡(Two job)족인 고씨는 매일 오전9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잡지사와 연습실을 오가느라 쉬는 날도 없이 바쁘다. “몸은 고되지만 음악을 안 하면 더 힘들 거예요. 이걸 하니까 그래도 사는 거죠. 만약 예전의 저처럼 정말 좋아하는 일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더 이상 변명은 그만두시라고 하고 싶어요.”

그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라’고 말한다. 무대에 설 용기를 내기까지 6년을 망설인 그의 충고라서일까. 어쩐지 믿음이 가는 구석이 있다. 온전한 자신으로 독립한 보컬 고연경과 진정한 아티스트밴드 스크류 어택의 음악에 귀 기울여보자. 가슴이 고동친다. 자칫 심장마비에 걸릴 수 있으니 왼쪽 가슴은 잘 부여잡아야 한다.
 
최아란 기자 sessk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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