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생명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차민경·최혜린씨 인터뷰

고민성 기자
“빨간 색은 열정을 상징하고, 농구공 줄 모양으로 뻗어나간 곡선들은 날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비상하는’ 느낌을 줘요. 조금은 특이한 농구복이죠.”

이번 달부터 금호생명의 농구팀 ‘레드윙스’가 입을 새 유니폼은 우리 학교 대학원생인 차민경(의류학과 석사 논문학기)씨와 최혜린(의류학과 석사 2학기)씨의 작품이다. 금호생명의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7년 만에 레드윙스의 유니폼을 바꾼 그들을 9월25일(목) ECC 지하4층 스타벅스에서 만나 공모전 준비 과정을 들어봤다.

그들은 여느 학부생처럼 경력을 쌓아보려는 마음에 공모전에 도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중요한 공모전을 놓쳤거든요. 다른 공모전은 없나 살펴보던 참에, 농구복 공모전을 보고는 이거다 싶었어요.”

평소 대학원에서 친한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은 자연스레 팀을 이뤄 공모전 준비를 시작했다. 총 출품작은 46개로 경쟁률은 46:1이었다. 일단 공모전 준비를 마음 먹은 후 그들은 2달 반 동안 밤낮 없이 농구복 디자인 작업에 몰두했다. ‘하루에 3시간만 투자해서 공모전을 준비하자’던 작업은 늘 밤 11시를 넘겨서 끝났다.

정성스럽게 작업한 보람이 있었는지 그들은 무사히 1차 예선을 통과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1차 예선을 통과한 후, 레드윙스의 메인 컬러인 빨간색·하얀색·회색만 사용해서 디자인 하라는 수정 요청을 받았어요. 원래 우리가 디자인한 농구복은 무지개 빛깔에 가까운 화려한 색이었거든요.”

여러 가지 색깔로 채우려고 디자인에 조각을 많이 냈는데 3가지 색깔로만 채우라니, 막막한 일이었다. 고민 끝에 그들은 세 가지의 단색으로 디자인 조각들을 채우는 대신 빨간색에서 하얀색으로, 그리고 회색에서 하얀 색으로 색이 점차 변해가는 ‘그라데이션 효과’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어두운 색이 밝은 색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태양이나 비상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의도였다.

“말이 디자인이지 노가다나 다름 없었어요.” 그들은 가장 힘들었던 작업으로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꼽았다. 색깔이 점차 바뀌어 적절한 시점에서 교차하기까지, 완전히 마음에 드는 무늬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은 수백 번 이상 마우스를 끌고 눌렀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끈질긴 완벽주의 덕분이었다. “디자인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주의인 점이 참 잘 맞아요. 처음에 2시간 잡고 시작한 작업인데, ‘조금 더 하자’며 항상 7~8시간을 넘겼거든요. 조금 더 예쁘게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에 작업을 멈출 수가 없었죠.”

매번 모일 때마다 그랬기에 밤을 샌 적도 많았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서로가 거침없이 지적했고 그럴 때마다 작품은 보완돼 갔다. “서로 완벽을 추구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어줬어요. 만일 한 쪽이 허술했다면 답답해서 다퉜을 거에요. 이번 수상에는 팀웍도 한 몫 했죠.”

신선한 디자인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수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민하고 밤을 새워가며 수정을 거듭해도, 지치긴 커녕 작업에 폭 파묻혀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취직해서도 고생이죠. 주변에 취직한 사람들 대부분이 밤·낮, 주말 없이 일만 하니까 3D직업이나 다름 없어요.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좋으니까’에요, 정말로.”

공모전에서 수상할 수 있는 팁 하나만 알려 달라고 했더니, 그들은 입을 모아 “결과를 바라지 말라”고 말했다.그들은 “1등을 하려는 욕심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즐기며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며 “그러면 결과는 저절로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디자인을 하는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남부럽지 않아요. 힘들고 싫었다면 계속할 수 없었겠죠.”

당당히 자신의 전공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무심코 바라본 건물 벽도, 커피숍에 진열된 컵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디자인에 미친’ 그들에겐 지금도 일상의 모든 것이 아이디어로 다가온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