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 수익금 전액 기부하는 음대 김희성 교수

웅장한 오르간 소리가 대강당에 울려 퍼졌다. 건반 위의 아름다운 선율이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게 한다.

연주자는 채플 오르간 반주 준비를 하고 있던 김희성 교수(건반악기과)다. 대강당 입구부터 강단이 있는 곳까지 구두 굽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걸어온 기자의 인기척도 듣지 못한 채 연습에 몰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때요? 음악 소리가 너무 크지 않아요?”

김 교수는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기자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건반 위를 움직이던 부드러운 손가락처럼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김희성 교수는 작년에는 ‘암 환우들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올해도 20일(목)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수익금 전액은 이대목동병원 이화 백혈병 후원회에 기부된다. 매년 독주회를 열지만 ‘자선음악회’는 그에겐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선음악회’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금방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나뿐인 남동생을 뇌종양으로 먼저 천국에 보내야 했어요” 그는 남동생·여동생과 함께 어려서부터 배운 피아노·바이올린·첼로를 연주하며 ‘3남매 트리오’를 이루었던 때가 있었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도 아픔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다. 

“내게 참 특별한 동생이었거든요. 많은 시간을 함께했고 그 누구보다 나의 음악을 좋아해주었고요. 이번 연주회 때도 많이 생각날 거예요” 김 교수는 음악을 좋아하던 남동생을 생각하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연주회 때 암 환우와 가족 600여명을 초대하기도 한 그는 연주를 통해 동생처럼 아픔을 겪는 분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장례를 먼 타국에서 치룬 탓에 고인을 보고 싶어 하던 지인들도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 보다 뜻 깊은 연주회가 될 수 있었다고.

김 교수는 특이한 연주회를 기획하기로 유명하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듀오 연주회부터 덩치가 큰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연주회, 영상과 함께 하는 오르간 연주회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연주를 시도함으로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신간 악보를 찾기 위해 방학마다 뉴욕·런던의 악보가게를 찾는다. 이런 노력이 특별한 연주회를 열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일반인에게 오르간 연주를 알리기 위해 연주회 프로그램에 대중적인 곡들을 넣기도 한다.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 대표적인 예이다.

“덩치는 무지 크고 플루트,·트럼펫· 오보에 등 다양한 악기 소리를 낼 수 있어 ‘악기 중의 왕’· ‘악기의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데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악기잖아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지 늘 고민해요”

그에게 이화여대는 제 2의 모교이다. 처음 대학 강단에 서게 된 곳이 이화여대다. “대학을 연대를 나왔기에, 지나다니며 마주치는 이대생들이 너무 부러웠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 울타리 안에 함께 할 수 있어 큰 축복이라 생각해요” 그에게 이화는 새로운 기회와 정을 느끼게 해준 곳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요”

곡을 고를 때마다 관객을 먼저 생각하는 김 교수. 앞으로 펼쳐질 그의 새로운 연주가 기대된다.

정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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