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시 뉴스 앵커 김경란 아나운서(철학·00년 졸) 인터뷰

“머리도 화장도 제대로 못 했는데, 사진 찍어도 괜찮을까요?” 꾸밈없이 한 손으로 쓰윽 머리를 넘겨 보인다. 인터뷰 내내 시원한 웃음으로 털털한 성격을 감추지 못한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뉴스를 진행하는 똑 부러진 이미지는 말 그대로 ‘뉴스 속’에서의 모습이다. 텔레비전 화면을 벗어나 ‘사람’으로서의 김경란 아나운서(철학·00년 졸)를 KBS 홀에서 만났다.

“김경란 아나운서 아니야?” 만나기로 했던 장소가 북적거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시선이 그에게 향한다. 덩달아 기분 좋은 이목을 즐기며 카페의 좁은 자리를 비집고 앉았다. “뭐 마실래요? 커피? 아니면 아이스티?” ‘괜찮다’고 손을 흔들지만 후배를 챙기고 싶은 선배의 마음을 이기지는 못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철학을 공부했던 대학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서점에 가면 제일 먼저 발길이 멈추는 곳은 철학책 코너 앞. 그의 대학시절 낭만은 ‘철학’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나에게 자유라는 것을 알려줬어요. 고등학교의 답답한 입시 지옥을 벗어나 ‘아, 대학의 공부는 이런 것이구나’ 감탄했죠”

햇살 좋은 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가끔은 수업을 벗어나는 자유도 느껴봤다. 학교를 다니면서 굳이 학점에 연연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외모를 가꾸는데 신경을 써본 적도 없었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허겁지겁 학교를 뛰어다녔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스스로를 ‘청개구리’라 칭한다. 고등학교 때 의무적인 주중 야간자율학습은 안 가고 자율이었던 주말 자습시간에는 꼭 남았다. 대학 시절 도서관도 따분하게 느껴졌다. 그는 “어디에 얽매여 있다는 게 참 싫었어요. 정해진 틀을 벗어나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KBS 9시 뉴스데스크보다 ‘스폰지’ 진행자로 잘 알려진 그는 방송에서도 경계를 긋지 않는다.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사뭇 진지한 모습이 배어난다. "이분법으로 역할을 나누기보다는 융통성 있는 사고를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시원시원한 성격만큼 일도 거침없이 풀렸다. KBS 아나운서 공채 시험을 한 번에 통과했고 ‘사랑의 리퀘스트’·‘TV, 책을 말하다’ 등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도 맡았다. 그래도 2FM에서 진행했던 ‘러빙유’라는 라디오 DJ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초등학교 6학년 때 등굣길 DJ를 하며 음악을 틀고 멘트 하는 것이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풋풋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니 웃음부터 나온다. 그 때부터 방송인의 기질은 타고 났나보다.

“이 시간 어딘가에 있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소통의 다리, 이게 아나운서로서 저의 역할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김경란 아나운서. 그에게 '휴머니스트'라는 호칭을 붙이고 싶은 것은 기자의 욕심일까. 김경란 아나운서가 있기에 오늘도 텔레비전은 사람 사는 이야기로 훈훈하다.

이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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