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데스크 단독 여성 앵커 맡은 김주하(과교·98년졸)씨

“5분만 기다려줘. 머리 빗고 올게”

월요일 아침 MBC 로비 앞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김주하(과교·98년졸) 앵커가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급히 들어온다. 반팔 티에 투박한 시계를 찬 모습이 일반인처럼 편안하다. “미안, 아이템 회의하다 내려왔거든” 수더분하지만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커다란 손동작. 딱 ‘김주하’답다.

김주하 앵커 앞에는 ‘최초 여성 단독 앵커’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지난 3월부터 주말 뉴스데스크를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앵커로 인정받은 그이지만 주중엔 문화부 기자로 발벗고 취재에 나선다. 주어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모습은 그를 더 돋보이게 한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그의 ‘인생 뉴스’를 들어봤다.

최초로 단독 앵커가 된 비결이 궁금했다. “뭐든지 알아서 해서 회사에서 절 믿어준 것 같아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내는 것에 익숙하다. “출장 한 번 갈 때도 회사 차 대여·분장팀 섭외까지 모든 걸 제가 알아서 했어요” 혼자서도 잘하는 모습 때문에 ‘출장은 김주하씨가 가야지’라는 말도 듣곤 한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습관이 사회생활에 득이 된 것이다.

김씨는 하루도 쉴 틈이 없다. 매주 하나의 ‘앵커출동’기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앵커출동’은 앵커의 시각으로 사건을 취재·보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사를 위해 일주일 내내 아이템 회의는 기본, 취재·촬영한 영상 편집까지 해야한다. “이제 곧 추석 기사를 준비해요. 좋은 아이템 있으면 하나만 주고 가요” 인터뷰 중에도 기사 걱정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를 찾는 전화벨도 계속 울린다. 화면 속에서 정갈한 옷차림으로 또박또박 말하는 앵커가 아닌, 발로 뛰는 기자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기사를 취재할 때 앵커라는 타이틀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사회부 기자로 활동할 당시에는 얼굴을 알리지 않아야 하는 잠복취재가 가장 힘들었다. “얼굴이 알려졌으니 사람들에게 ‘취재합니다!’ 하고 들어가는 셈이죠” 취재를 위해 남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문화 담당 취재처에서는 이득을 보기도 했다. 아는 얼굴이라고 기사거리 하나라도 더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최근 김씨는 기자·방송생활을 담은 책도 펴냈다. 무엇이 그를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할까.“난 항상 꿈을 꾸거든요”현실을 달리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다. “꿈이요?” 되묻는 기자에게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앞으로 내 삶을 상상해요. 나는 이런 사람이 돼야지 다짐하면서요” 상상 속 김주하에게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잠이 달아난다. “상상일 뿐이지만 해답을 찾을 때까지 잠을 못 자요” 앵커도, 기자도 다 상상에서 시작된 고민의 해답이었다.

“나는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씨는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없다. 취재원이 져녁 취재를 원하거나, 취재상의 문제가 생기면 집에 가서도 전화통을 붙잡고 있다. “가정에 신경을 쓰지 못하니까 남편이 ‘I hate MBC’를 입에 달고 살죠” 그는 지금 일과 가정을 다 잘하기 위해 정답을 찾는 중이다.

‘최초 여성 단독 앵커’ 이 꼬리표는 그에게 부담이고 책임감이다. “가끔은 소소한 재미를 찾으면서 가정일 하며 사는 것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쉽게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그를 보면서 힘을 얻는 여성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 든 여성분들이 연락해 오세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계속 열심히 하라구요.” 이런 기대가 그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는 사회에서 여전히 ‘이대생’에 대한 편견이 많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주하씨는 이대생 같지 않아’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이대생들은 다 저 같거든요’하고 대꾸해주죠” 그는 이대생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는 것이 도전이자 꼭 해야 할 일이었다.

“뉴스가 좋은 게 끝이 없어요. 내가 지금 문화부니까 연극·영화·출판 다 배우고 싶고, 나아가 경제·정치·외교 등 배울 분야가 너무 많아요” 이제 그에게 뉴스는 삶의 일부다. 역시 ‘최고의 여성 앵커’답다.

유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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