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는 ‘새로운 물결’이라는 주제로 최근 1∼2년 사이에 제작된 여성 감독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세계 여성영화의 최신경향을 선보이는 ‘새로운 물결’에 동참한 이화인이 있다. 바로 자신의 처녀작 ‘착한 아이’를 선보인 영화감독 강혜연(정외·92년졸)씨다.

영화 ‘착한 아이’는 폭력을 휘두르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가출한 어머니를 대신해 남동생과 자신을 돌봐야 하는 소녀 가장 기종이의 삶을 다룬다. 어느 날 기종이는 자기 재산을 놓고 싸우는 자식들이 싫어 폐품을 줍고 다니는 할아버지와 우연히 만난다. 기종이의 학교 운동회 날, 이들은 각자 잃어버린 가족애를 채우려는 듯 서로의 손을 꽉 잡고 힘껏 달린다.

2006년 콜럼비아 대학에서 연출·각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강혜연씨는 졸업 작품인 ‘착한 아이’로 제 33회 학생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19회 콜럼비아 대학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지만 영화제작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을 정도로 영화만 봤지만 4학년이 돼서야 영화제작을 처음 접할 수 있었어요.” 한겨례 영화학교에서 영화제작법을 배운 경험은 그가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항상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망설였었죠. 당시 영화제작법을 배우면서 영화를 통해 제 자신이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본교 졸업 후, 취직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영화와 가깝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삼성 영상사업단에 입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뒀다. 그 후 영화잡지 ‘키노’기자로 활동했지만 이 또한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어요. 결국 현장에서 직접 영화제작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끝에 ‘춘향전’을 기획하고 있던 임권택 감독 연출부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는 ‘취화선’을 끝낸 후, 영화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다. 강씨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영화제작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설명했다.

졸업 후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만든 처녀작 ‘착한 아이’. 서울여성영화제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지만 여성영화제에 대한 강박관념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강혜연씨는 “영화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며 “문제점들 그 속에 여성과 관련한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지만 여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여성영화제의 의의가 작품에 반영됐는지보다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작품에 제대로 녹아들어갔는지’가 강씨에게는 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강씨는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관객들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말한다. “관객 각자의 인생경험과 처한 상황 등이 영화의 내용과 일종의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같은 영화라 하더라도 개개인에게는 다른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독이 원하는 바를 읽어내려고 하기보다 관객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죠.”

서울영화제에서 자신도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싶다는 강혜연씨는 영화제 기간 동안 ‘착한 아이’ 관람객들과 ‘감독과의 대화’도 가질 예정이다. ‘착한 아이’는 신촌 아트레온에서 8일(일) 오전10시30분·11일(수) 오전10시30분과 오후8시에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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