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장애아동 무용단 창시자, 임인선 동문 인터뷰

사진제공: 임인선 교수
국내 최초의 장애 아동무용단, ‘필로스(Philos)무용단’이 오는 21일(수), 경기도 안양시 평촌 아트홀에서 창단식을 가진다. 필로스(Philos)란 그리스어로 ‘사랑하는 자’를 뜻한다.

이 무용단의 창시자는 바로 본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임인선(무용·86년졸) 대림대 사회체육학과 교수.14일(수), 대림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국내 최초 장애 아동무용단 창시자’가 된 얘기를 들어봤다.

무용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정서적·신체적·심리적 기량 향상의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석사 논문을 쓰던 때였다. 이를 계기로 치료무용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성균관대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할 때는 서울대에서 운영하는 ‘장애아동 체육교실 프로그램’에서 무용치료 강사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장애인을 위한 특수체육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죠.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대림대 교수로 발령 받은 그는 재작년 11월부터 대림대학 장애아동 무용체육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무용교실은 ‘필로스 무용단’의 효시이기도 하다. 그가 운영하는 무용체육교실은 교사인 그와 부모들에게 장애 아동들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보여 줬다. “작품발표회 때 ‘강강수월래’를 공연했는데 25분 동안 뛰어야 하는 꽤 힘든 공연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주어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보는 사람들 모두가 눈물을 흘렸어요.”

이 뿐만이 아니다. 노래를 한 번도 안 하고, 음악에 반응하지 않던 아이가 무용교실에 다닌 후로 아이가 백화점에서 음악이 나오면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또 상동증(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발달장애 증세)을 가진 아이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여러가지 무용 자세들을 따라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죠. 가르치는 교사로써 보람을 느끼게 돼요.”

장애아동 무용체육교실은 짤은 시간 동안 생각 이상의 효과를 거두어 2006년 대한 장애인체육회가 선정한 ‘생할체육 운영 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 마음을 졸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가르쳐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자질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교사나 교수는 아이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줘야 해요. 아이들이 빨리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서 조바심을 내선 안돼죠. 인내심을 갖고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해요.” 장애우들과 함께 하며 자신도 많은 것을 배웠다며 임씨는 말했다.

장애우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안겨주는 수업이지만 무용체육교실은 1년 수료 과정이다. 때문에 1년이 지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무용을 배울 곳이 없어진다. 임인선씨는 고심한 끝에 이들을 전문 무용가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결과 장애 아동들로 구성된 ‘필로스 무용단’을 창시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무용은 장애를 치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것이 사실이에요. 장애를 지닌 아이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전문 무용수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어요. 필로스 무용단을 통해 아이들의 ‘예술적 재능’을 키워주고 싶답니다.”
 
“세계 유일의 장애인 공연단인 중국 ‘천수관음 무용단’처럼 전국 순회공연·해외공연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감동을 전하고 싶어요. 우선은 9월 장애인 전국 체전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에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임 교수의 눈이 반짝인다.

장애인에게는 ‘나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그 부모들에게는 아이의 기량 향상에 대한 용기를 심어줄 ‘필로스 무용단’. 세상을 향한 장애 아동들의 자유로운 몸짓이 세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은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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