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7일(화) 자치단위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의 자보가 누군가에 의해 찢겨져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변날의 세 번째 문화제 ‘편견클리닉; 일반과 이반’을 위해 제작된 자보로 문화제는 동성애와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기획됐다.

이러한 사건은 비단 올해에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다. 레즈비언 문화제가 시작된 2003년부터 매년 변날의 플래카드와 대자보가 찢기는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2003년에는 레즈비언 문화제 주최자인 변날의 동아리방에 석유가 뿌려지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이 일련의 사건은 누구에 의해 저질렀는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갈기갈기 찢겨진 자보를 통한 폭력적 의견표출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동성애에 대한 똑같은 가치관을 가질 수 없음을 감안할 때, 동성애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이화 안에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행위의 주체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익명성’에 가려진 폭력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다. 만일 그가 의도했던 것이 ‘동성애에 대한 반대 의사 표출’이었다면 좀 더 논리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변날 측에 반대의견을 전달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해당 자보에 대한 정확한 의사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우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한다. 자신의 주장이 완벽한 논리로 무장돼 있다면 내 이름을 걸고 주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몰래 자보를 훼손하는 등의 행위는 매우 비겁하다. 변날의 자보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다면 이름이나 소속을 밝혀 정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평화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물이 그릇의 모양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 하듯 특정 주장 역시 어떤 전달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로 상대방에게 각인될 수 있다. 폭력적인 방식에 의한 의견표출은 당하는 상대방에게 폭력적인 반감만을 안겨줄 수 있다.

건설적인 비판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완전한 이해로부터 오는 법이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서의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 이번 사건에서 사건의 주체가 보여준 방식은 이해로부터 비롯된 비판이라기보다 사안에 대한 비난에 지나지 않았다. 논리를 갖추고 자신을 드러내는 정당한 방식에 의한 의견개진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함에 있어 지극히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이화 안에 특정인의 의견을 무참히 짓밟는 폭력적인 의견표출이 아닌, 건전한 비판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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