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강이랑(24세)씨의 하루를 들어보자.

해가 빨리 뜨는 요즘은 오전5시30분이면 눈을 뜬다. 사람들과 함께 가볍게 체조하고 논에 나가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철이라 일이 많은 시기다. 오전8시 하던 일을 멈추고 논밥을 먹는다. 일하다 먹는 밥은 맛이 다르다.

정오까지 논일을 계속하다가 점심을 먹은 후 오후2시∼6시에 수업을 듣는다. 천연염색을 배우기도 하고 집짓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자본주의에 기대지 않고 자급자족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이다. 저녁에는 ‘동양고전 읽기’, ‘신화읽기’ 등 동아리 활동을 한다. 자칫 고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이 생활이 강이랑씨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바쁘고 화려한 삶보다 더 많이 웃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에 있는 녹색대학은 ‘생태주의’ 대안대학이다. 사라져가는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장회익 전 서울대 교수·김지하 시인·문규현 신부 등 각계 사회인사들이 2003년 봄 녹색대학을 만들었다. 녹색대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김창수 교수는 “사람들에게 녹색의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녹색대학을 만들었다”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녹색대학은 학생들도, 커리큘럼도 특별하다. 폐교를 개조해 만든 녹색대학에는 20대의 일반 대학생부터 40대의 농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다닌다. ‘공동체적 삶 실현’이라는 녹색대학의 취지에 공감해 모인 사람들은 기숙사에서 함께 살며 공동체 생활을 배운다.

그렇다고 녹색대학이 실천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녹색‘대학’인 만큼 생태적 학문연구에도 힘쓴다. 최근에는 대학원 과정을 강화해 생태주의를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있다. 물론 녹색문화학·생명농업학·자연의학 등 커리큘럼은 일반 대학에서는 들을 수 없는 특성화된 것들이다. 대학원에서 생태건축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고은씨는 “실용적인 건축기술보다는 건축의 철학적 의미를 중요시하는 것이 일반 대학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공을 세분화하고 기능적 교육에 치중한 오늘날의 대학과 대비된다. 녹색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유상균 교수는 “전공분야에만 치우친 교육은 인생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안목을 길러주지 못한다”며 일반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모든 학문은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으로 귀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녹색대학에서는 교수를 ‘샘’, 학생을 ‘물’이라고 부른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서로를 수평적 관계에서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학생과 교직원 대표를 뽑아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학교를 운영하므로 학생들의 의견도 소외받지 않는다. 이처럼 녹색대학은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공동체적 삶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규모나 운영 면에서는 아직 미흡하지만 녹색대학은 함께 사는 미래를 ‘꿈꾸는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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