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대화 - ‘한일, 연대21’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서로 극단적 민족주의를 지양하고 동아시아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로 결성한 지식인 모임인 ‘한일, 연대21’. 인하대 최원식 교수(국문학 전공)가 대표를 맡고 동경대 고모리 요이치 교수가 일본측 대표를 맡았다. 이 모임에 속한 14명의 인물 중에는 우리 학교 정재서 교수(중어중문학 전공)와 김은실 교수(여성학 전공)가 포함돼 있다.

-‘한일, 연대21’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동아시아에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려면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 팽배한 자국중심주의 등의 극단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탈민족주의이기도 하다.

-탈민족주의에 공감한다면 민족주의에는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인가.
민족주의가 궁극적으로 해소돼야 한다는 ‘한일, 연대21’의 근본적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민족적 차원에서 불공정한 문제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수준의 민족주의는 필요하다. 자기보전을 위한 민족주의마저 없애는 건 극단적으로 봤을 때 ‘무장 해제’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민족주의를 공격적으로 자기 욕망만을 취하는 행위에 이용하는 건 안된다. 훗날 한·일 양국 간에 화해와 용서,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가 이뤄질 때 민족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한일, 연대21’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역사교과서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한·일 공동의 문제로 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자국중심주의 사고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관행적·일방적으로 연구해온 학계의 흐름에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고의 전환을 이루는 지적 자극도 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국민에게 확산돼 서로 이해·용서·화해하고 바람직한 관계로 발돋움 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과거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지.
과거 서로의 필요에 의해 식민 관계가 구축됐다거나, 과거 역할이 명확하게 달랐던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를 비판하는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이런 식의 논리는 엄연한 현실인 식민지 피해 문제의 논지를 흐려 실질적인 해결을 어렵게 한다. 제국주의를 호도하는 이런 논리와는 선을 명확히 그어야 한다.

-전공 학문인 중어중문학과 ‘한일, 연대21’은 어떻게 연관되는가.
민족·국가의 개념이 없었던 동아시아의 신화 시대를 연구하면서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 문제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키웠다. 현재 그리스·로마 신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서구의 상상력이 동양의 사고를 획일화 시키는, ‘상상력’의 편식현상이 심각하다. 그래서 문화적 저항의 차원에서 상상력의 균형을 찾기 위해 동양 신화와 상상력의 회복·확산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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