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범들 재판을 받아라”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10∼20만명, 이라크 어린이 사망자 1만4천명, 전쟁 후 태어난 이라크 영유아(0∼1세) 사망률 40%.

세계적인 의학 저널 Lanset 10월호에 실린 이라크 전쟁 관련 인명 피해 상황이다.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라크 전쟁 발발 2주년인 2005년 3월20일(일)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민중이 기소인이 되고 민중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전쟁범죄자들을 심판하는 ‘국제전범 민중법정’이 열린다.

이에 앞서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약 16개국은 자체적으로 이라크 전범 민중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권운동사랑방·대항지구화행동 등의 시민사회단체가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 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준비위원회는 12월11일(토) 이라크 전쟁범죄자들을 민중재판에 세우기 위해 지난 9월1일(수)부터 석달 간 기소인을 모집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김명수 상임활동가는 “기소인 모집은 전쟁과 파병의 부당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많은 사람이 기소인 서명에 참여할수록 민중재판의 영향력은 커진다”고 말했다.

준비위원회는 매일 오후7시∼8시30분 인사동 남인사 마당 및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지에서 기소인 모집을 위한 ‘기소장 쓰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가에도 민중재판의 열기를 불어넣기 위해 15일(월)부터 2주간 대학가 유랑을 시작했다.

17일(수) 오전11시30분∼오후1시 성균관대에서 열린 ‘기소장 쓰기’ 행사에서 대항지구화행동 허용만 사무국장은 “우리는 한국 전쟁을 겪었고 베트남 전쟁에도 참여하는 등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갖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침략 전쟁을 그치고 자이툰 부대가 돌아올 수 있도록 민중재판 기소인이 돼 달라”고 학생들에게 호소했다.

대학가 유랑은 19일(금) 정오∼오후1시 우리 학교 학생문화관 앞에서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민중 스스로가 이라크 전쟁범죄자들을 심판하자는 목소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소인 서명에 참여한 우리 학교 김승연(의예·1)씨는 “전쟁·파병과 같은 방식으로 자유와 평화를 지키겠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했고, 조민아(의예·1)씨는 “이라크 전쟁은 민간인을 학살한 쓸모없는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기소인 모집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기소장 서명에는 주저했다. 성균관대 동아리연합회 정주연 회장은 “학생들이 이라크 전쟁은 반대하지만 파병 문제는 국익을 생각해 선뜻 기소장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대목에서는 더욱 부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허용만 사무국장은 “민중재판은 평화운동의 한 방식”이라며 기소장 쓰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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