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수) 정부는 저소득층 자산형성 지원사업안을 내놨다. 생활 차원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이 같은 정 책 마련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볼 때,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는 국민 전체의 도리인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이 몰락할 경우 경제구조 전반이 흔들리게 돼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경제적 위기에 처하게 되므로, 저소득층의 구제는 매우 중요하고도 위급한 사안중 하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좀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저소득층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과연 정부가 제시한 ‘저소득층 자산형성 지원사업안’인가 하는 점이다. 지원자금의 규모는 국가 전체로 보면 상당하지만 막상 빈곤층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액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저소득층의 열악한 상황을 해결할 만큼 충분한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당장 급한 불만 끄려는 식의 태도는,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저소득층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또 수혜자 선정을 위해서는 정확한 소득 파악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 보고에 의하면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이 30%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 소득 탈루가 상례화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는 등의 편법이 만연하게 된다면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명목이 ‘일자리를 통한 빈곤 탈출’이라지만 일자리가 단순 노무직이거나 극히 일시적일 경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저소득층이 지닌 문제는 경제 정책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의 중산층 감소는 저소득층의 증가로 이어지므로 저소득층의 몰락 이상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정치적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경제를 회복하고 소득층의 균형 잡힌 분배를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 정책에 대한 성찰이나 근본적 해결방안 없이 저소득층에 엄청난 예산을 쏟는 것은 오히려 불안정한 국가 재정과 민심을 더 흔들어 놓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급급한 대안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정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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