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열리는 세계박물관대회가 지난 2일(토) 서울에서 개막함에 따라 한국의 박물관계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주제 ‘무형문화유산과 박물관’은 전시품 중심의 박물관 개념에 일대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세계적 반향을 일으킬 겁니다.

박물관(museum)의 발달은 20세기 중요한 문화적 현상이었습니다. 인류의 문화유산은 결국 개인의 소유를 떠나 다수를 위해 박물관에 귀착하는 운명을 안고 있습니다. 가속되는 현대화 과정 속에서 박물관은 우리의 기억상자로, 또 문화에너지의 충전소로 존재해 왔습니다. 특히 자연사와 민속사 박물관·현대미술관의 발달은 괄목할 만합니다. 박물관학이란 특수학문 분야도 1980년대를 전후해서 발전했습니다.

지난 세기 박물관의 발달은 큐레이터(박물관 학예연구원)란 직종을 탄생시켰습니다. 그중 미술박물관, 즉 미술관과 더불어 미술사학이란 학문이 생겨나 이와 관련한 큐레이터가 대거 배출됐습니다. 또 발굴유물이 대량으로 박물관에 소장되면서 고고학자 출신의 큐레이터도 많이 나왔습니다.

박물관계의 이런 세계적인 현상 중 주목할 점은 현재 서양의 박물관(미술관 포함) 관장과 큐레이터 중 여성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문화사업 분야에 여성의 선호도가 높고, 보수는 적지만 직업만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20세기 초 세워진 이왕가박물관을 모태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설립됐고,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 고려대와 이화여대의 대학박물관이 선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박물관은 300개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큐레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는 선견지명으로 다른 대학에 앞서 이미 1980년에 미술사학과를 설립, 1992년에는 최초로 박물관학을 개설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이화여대 출신의 수많은 큐레이터가 주요 박물관·미술관에 자리잡고 활동 중입니다. 앞으로 국내 박물관이 1,000개에 달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비한 수준 높은 박물관 인력 양성은 이화여대를 비롯한 대학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필자 인터뷰
6년간의 우리 학교 박물관장직을 거쳐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김홍남 교수. 중국·한국 회화사와 박물관학을 전공한 그는 특히 전시 그림이나 전시물 사진을 담는 도록(圖錄)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왔다. 또 김교수는 박물관 전시 기획을 통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한편,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현장과 교육의 접목을 시도해왔다. 그는 “큐레이터와 교수라는 흥미로운 두 경험을 통해 박물관학을 균형있게 연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홍남 교수는 이번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에서 상임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여기에서 그는 기조연설과 주제별 공동회의 ‘박물관과 살아있는 유산’을 통해 “무형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박물관이 미래 지식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전할 예정이다.
그는 이화인들에게 “우리 학교 박물관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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