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없는 유물도 전시 가능해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2일(토)∼8일(금)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2004 서울 세계박물관대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이 대회를 아시아 국가에서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회 주제인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은 우리나라의 제안을 채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대만과 더불어 무형문화재 제도가 활발한 국가로 꼽힌다. 특히 2001년에 종묘제례악·2003년에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선정되면서 우리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 무대에 우리 무형문화유산의 가능성을 또 한번 보여줄 이번 대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한양대 김병모 교수(문화인류학 전공)를 만나봤다.


­대회 주제를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으로 정한 까닭은.
일반적으로‘박물관’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한다. 실제로 박물관은 무형문화유산보다 유형문화유산에 비중을 두고 수집·전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는 박물관을 통해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민족 고유의 춤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거나, 사라져가는 소수민족의 문화를 인터넷 자료로 저장해 박물관에 전시하는 방법 등이다.


­이번 대회의 목적은.
우선 정부가 박물관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박물관 발전에 힘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박물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 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대영 박물관·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 관련 인사를 비롯해 고고학자·지질학자·생물학자 등 2천여명의 외국 참가자들이 모인다. 자국으로 돌아간 이들이 세계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린다면 이는 세계에 우리 문화를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시아 최초로 ‘2004 서울 세계박물관대회’를 유치한 과정은.
박물관은 우리보다 중국·일본에 더 많지만 이 두 나라는 자국 박물관 운영에만 주력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그해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세계박물관대회를 본보기로 삼아 대회 유치를 준비해 왔다. 중국·일본은 우리가 대회를 유치하고 나서야 뒤늦게 자국 박물관 자원 홍보에 나섰기 때문에 대회를 유치할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 문화 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다른 아시아 문화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박물관 문화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박물관을 상류층이 주로 향유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박물관이 대중에 가까이 다가서려면 시민들이 무료로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해야 한다. 또 시계 박물관·신발 박물관 등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로 박물관을 만들어 이를 정부가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박물관 문화에 대해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물관이야말로 관심분야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최상의 학습공간이다. 수학·무용·악기 박물관 등 각 전공과 관련한 박물관에서 ‘살아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공부한 뒤 작품의 배경인 평창 이효석 문학박물관을 찾는다면 작품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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