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피켓시위 참여자 소은화(사회·4)씨

‘메이퀸’이 ‘파비’로 이름을 바꿨다. 이는 그동안 학생처와 연대모임이 계획하고 이화인이 모여서 이룬 피켓시위 즉, 대중 행동의 힘으로 이룬 작은 성과였다. 하지만 거대한 여성테마상가와 신촌민자역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참여 인원이 줄어들던 피켓시위는 결국 막을 내렸다.
여론과 행동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경우는 허다하기 때문에 피켓시위의 참여 부재 자체가 대중의 무관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론은 높지만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팽배해 행동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따라서 대중 행동은 어떤 현실이 옳지 못하다는 의식 뿐 아니라, 분명한 요구대상과 요구안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만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참여자의 주체적인 논의를 통해서만 도출해 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 의해 휘둘리거나, 몸만 대주는 식으로 그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논의 속에서 발생한 자발적인 행동은 횟수를 더할수록 스스로의 요구 사항을 분명하게 만든다. 한 사람, 두 사람 참여자를 늘려 대중을 이끄는 세력이 된다.
그런데 이번 수요 피켓시위는 시위가 거듭될수록 소수의 퍼포먼스로 축소돼 갔다. 이는 시위의 시작이 100%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소수의 기획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시위에 근로 장학생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는 시위가 ‘어떤 것이 어떻게 하면 가능하다’는 논의없이 리더의 지휘 아래 진행했음을 드러낸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 없었던 수요피켓시위는 대중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참여하는 소수와 의무적으로 시위를 진행한 학생처는 시위 자체의 의미를 잃었고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대중이 참여하는 민주적 시위는 힘들고 긴 과정을 거치지만, 뒤에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다.(압력의 실체는 바로 민주성이다.) 대중 행동의 조짐만으로도 메이퀸이 이름을 바꿨다는 것은 이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수요피켓시위는 바로 이런 대중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시도했다는 자체만으로 그 의미가 있다. 때문에 지난 시위를 돌이켜 보며, 본래의 취지에 비춰 그 성과와 한계를 되짚어 보는 것은 앞으로의 대안을 얘기하는데 있어서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