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집 「××」가 나온 년도는?  2. 소설 「××」를 보완해 속편을 쓴 사람의 이름은? …’
누구나 읽자마자 중·고등학교 시험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는 내가 대학에 와서 치른 첫 시험 문제였다. 대학교 시험은 학습 내용에 근거해 자기 논리를 개성있게 펼치는 형식일 거라 예상했던 나의 기대는 처절하게 부숴졌다.
이처럼 누가 더 잘 외워쓰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오늘날의 한심한 우리나라 대학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 교육의 문제는 신경쓰지 않고, 잊을만하면 대학 입시 제도만 바꿔 왔다. 이 창대한 정책의 이름은 ‘교육 개혁’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8월26일(목) 교육 개혁 시리즈 중의 하나를 또 발표했다. ‘주입식 교육을 벗어난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학 입시 제도였다. 발상과 시도는 참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 예비 신입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 아니라 암기력이다. 대학에서 주입식 문제를 풀자면 그 무엇보다도 암기 실력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결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새로운 입시 제도에 충실히 따를 예비 신입생들의 창의력은 대학 입시에서만 ‘반짝’ 빛날 것임에 분명하다.
대학 내 교육과 고등학교 교육이 연계하려면 사회에 나가 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창의적인 교육에 대한 다양한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율은 81.3%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대학 경쟁력 평가는 세계 28위에 그치는 수준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교육에만 집중하고 그 후의 과정에는 무관심했다는 증거다.
본래 대학은 교육의 종착점이 아닌 고등학교의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 선은 싹뚝 잘려있는 상태다. 고등학교 교육을 죽어라 바꾼다고 해서 주입식 교육으로 정체된 대학까지 저절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그 개혁의 대상이었던 우리들 자신만 돌아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제2·제3의 또다른 ‘껍데기’ 개혁만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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